[칼럼 - 박동명] 지방의회 의원 연수(2), 현장에 답이 있다

맞춤형 로드맵과 AI 활용의 실천 구조가 필요하다.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본 칼럼은 박동명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이 여러 광역·기초의회에서 운영한 실습형 연수와 현장 자문, AI 활용 교육 모듈의 축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 답이 있는 연수를 구현하는 실행 로드맵을 정리한 글이다. 지역 맞춤 설계–실전 적용–성과 환류 등의 체계와 AI·데이터 표준 워크플로(자료 표준화→이상치 분석→질의서 초안→현장 검증→사후 추적)를 구체화하고, 정책 대안으로 제시한다. 



앞선 칼럼에서 나는 의원 연수가 '형식'에서 '실질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썼다. 그 전환이 공허한 구호로 남지 않으려면, 교실에서의 학습이 곧바로 현장으로 이어지고, 현장의 성과가 다시 다음 연수의 내용으로 환류되는 선순환을 일상화해야 한다. 말하자면 의회가 스스로 운영하는 “학습-적용-평가-개선”의 루틴을 연중 작동시키는 일이다. 이 글은 그 루틴을 지방의회의 언어로 번역해,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설계와 운용의 문제를 다룬다.


첫째, 지역을 이해하지 못한 '연수'는 '연수'가 아니다.


각 의회는 서로 다른 지형과 현안을 갖는다. 공업도시는 산업단지의 환경·교통 문제가 만성적이고, 농촌지역은 의료·돌봄·인구감소가 구조적이다. 광역의회는 광역교통·환경·재정조정의 무게가 크고, 기초의회는 생활SOC와 주민 민원이 일상적이다. 따라서 동일한 제목의 연수라도 지역의 판례·유사 지자체의 비교 수치·최근 3개년 감사 지적을 자료의 기본 단위로 삼아야 한다. 


연수의 목표도 추상적 만족이 아니라, “반복지적 감소”, “예산절감·재배분”, “조례 후효과”처럼 지역의 과제와 맞물리는 지표로 선언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의회사무처와 전문위원, 외부 전문가가 함께 사전 스캔을 수행하고, 상임위원회별로 학습 과제를 재구성하면 연수의 첫 단추가 제대로 꿰어진다.


필자 메모: 나는 국회의정연수원과 여러 광역·기초의회에서 동일 주제를 지역화해 진행해 왔다. 예컨대 환경현안이 두드러진 A광역의회에서는 ‘생활폐기물 단가·회수주기·민원키워드’ 3종 데이터를 고정지표로 삼아 교육을 설계했고, 노후 주거지 재생이 핵심인 B기초의회에서는 ‘용도지역 변경 절차·사업 타임라인·취약계층 영향평가’ 체크리스트를 별도 모듈로 구성했다. 제목은 같아도 내용은 달라야 성과가 난다.



둘째, 난이도를 분리하지 않은 연수는 기억만 남기고 기술을 남기지 못한다.

의정활동은 숙련을 전제로 한다. 초선에게는 제도·절차와 자료 읽기(예산서·결산서·감사자료)에 집중하고, 재선에게는 지표 설계와 현장 문제 해결, 다선에게는 감사기획과 거버넌스 구축·리더십을 다뤄야 한다. 같은 주제를 입문–심화–실습으로 나누어 분기별로 반복하면, 지식이 파일이 아니라 기술로 남는다. 강의가 끝나면 반드시 의정현안과 연결된 미션 과제를 부여하고, 다음 분기 시작의 첫 10분을 “성과 점검”으로 열어 루틴을 고정한다. 이 단순한 장치가 연수의 생명력을 결정한다.


필자 메모: 3년 주기의 반복훈련을 설계해 운영한 C기초의회 사례에서, 1년 차에는 ‘서류 중심 점검’ 수준이던 감사가 3년 차에는 ‘현장-서류 교차검증 + 유사지자체 비교’로 고도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반복지적이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개선 이행률은 분기별 점검을 붙이자 눈에 띄게 상승했다. 반복과 환류는 숫자로 증명된다.



셋째, 감사–예산–입법의 삼각편대가 현장을 움직인다.

행정사무감사는 지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선을 위해 있다. 감사 주제 선정→자료요구서 표준화→현장 실사→개선계획서 합동 작성→사후 이행점검의 5단계를 고정하면, 의회의 통제는 갈등이 아니라 문제 해결의 구조가 된다. 예산·결산은 성과지표의 타당성과 중복사업 정비가 핵심이다. 숫자를 줄줄 읽는 훈련이 아니라, 불용·전용의 사유 분석, 성과예산·성인지·환경예산의 실제 적용률을 따지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조례입법은 문제정의→법령·판례 매핑→조문 설계→의견수렴→사전영향분석서 첨부로 진행되며, 제정·개정 이후 후효과 평가서를 제출하는 습관을 들이면 입법의 완성도가 달라진다. 이 세 축이 돌아가야 현장은 바뀐다.


필자 메모: 강남구 결산검사위원으로 참여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은 분명하다. 결산은 단순한 결산 보고 수리 절차가 아니라, 다음 해 예산의 품질관리라는 점이다. 불용·전용의 사유를 유형화하고, 성과지표의 타당성을 재설계하는 데 시간을 쏟았을 때 다음 연도의 중복·저효율 사업이 눈에 띄게 줄었다. 이 통찰을 이후 여러 의회 연수의 결산–예산 연계모듈에 반영해 효과를 확인하였다.



넷째, AI는 교재가 아니라 '핵심도구'다.

오늘의 의정은 데이터의 바다를 건넌다. 예산서·결산서·감사자료·민원·사업보고서가 산처럼 쌓이는 환경에서, AI는 가장 성실한 24시간 핵심도구가 된다. 다만 “한 번 써보고 끝”인 체험형 수업으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표준은 다음과 같이 단순해야 한다.

① 자료를 검색 가능한 형식(PDF/OCR, CSV, XLSX)으로 정비한다.

② ChatGPT나 NotebookLM에 업로드하여 항목 추출, 이상치 감지, 유사 지자체 대비 차이를 자동 요약한다.

③ 요약 결과로 정책·감사 질의서 초안을 만든다.

④ 의원과 전문위원이 법적 타당성·정치적 실현가능성으로 교차 검토한다.

⑤ 현장에서 팩트체크하고, 개선안·이행계획을 타임라인·책임부서·지표로 확정한다.

⑥ 분기마다 같은 프롬프트로 최신 데이터를 재투입해 추세를 추적한다.

핵심은 표준화와 반복이다. 같은 형식으로 넣고 같은 질문으로 받는 습관이 데이터의 연속성을 보장한다.


필자 메모: 화순군의회, 세종특별자치시의회 등에서 진행한 실습형 연수에서, 의원·직원이 예산서·민원 데이터·감사 보고서를 직접 AI에 투입해 ‘반복 민원 키워드’, ‘사업 단가 이상치’, ‘지표 타당성 결함’을 도출하도록 했다. 이후 각 상임위가 이 결과로 질의서 초안을 만들고 현장점검으로 바로 연결하자, 교육–현장–개선의 고리가 빠르게 닫혔다. AI는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작동하게 만드는 기술이어야 한다.



다섯째, 평가는 처벌이 아니라 축적이어야 한다.

연수는 평가가 있어야 산다. 그러나 그 평가는 점수표가 아니라 학습된 것을 다음 설계에 반영하기 위한 기록이어야 한다. 반복지적 감소율, 개선 이행률, 예산절감·재배분액, 조례 후효과 평가서 첨부율, 주민참여 제안의 반영률 등은 의회가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신뢰의 언어다. 연 1회 “연수 성과보고서”를 발간하고, 홈페이지에 성과 대시보드를 공개하면, 연수는 의원만의 학습을 넘어 시민과 공유되는 공적 자산이 된다.


여섯째, 사무처(국)가 견인하는 ‘학습형 의회’가 해답이다.

의회사무처(국,과)는 연수의 운영 조직이 아니라 지식관리의 총괄 본부가 되어야 한다. AI·데이터 지원팀을 설치해 자료 표준화, 보안·윤리 가이드, 프롬프트 라이브러리를 관리한다. 강의자료·질의서·판례·개선계획을 메타데이터화하여 검색 가능한 지식 DB로 축적한다. 자료요구서·질의서·현장점검표·개선매트릭스·사후평가서의 표준 양식을 고정해 재사용률을 높인다. 연간 연수 캘린더를 의장단 승인사항으로 상향하여 단발성 ‘벼락치기’를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일곱째, 1년 로드맵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기초의회라면 1분기 행정사무감사 기본+생활현안 워크숍, 2분기 조례입안 실습+주민청원 연계, 3분기 AI 데이터 분석 실습, 4분기 성과발표·우수사례 공유로 구성하면 된다. 광역의회라면 분과토론과 상임위별 AI 집중 세션, 빅데이터 기반 현안 분석, 예산안 사전검토 회의, 시민패널 공개점검으로 유사하게 설계하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반복과 환류이지, 화려한 슬라이드가 아니다.


여덟째, 갈등을 줄이고 성과를 앞당기는 장치가 있다.

현장 라운드테이블을 정례화하면 주민·사업자·부서가 같은 장표를 보며 같은 숫자로 대화한다. 모의감사 실습을 통해 질의–답변–보완–재질의의 리듬에 익숙해지면, 본 감사의 긴장도는 낮아지고 질은 높아진다. 비교지자체 3~5곳을 고정해 꾸준히 추적하면, 정책의 상대 위치가 보이기 시작한다. 핵심 쟁점과 수치를 카드뉴스·브리핑 페이퍼로 요약하면, 소통의 비용이 줄어든다. 이 간단한 도구들이 연수의 결과를 현장의 변화로 바꾸는 스위치가 된다.


아홉째, 위험요인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회기 직전 ‘벼락치기’의 유혹은 강하다. 그래서 연간 로드맵을 제도화해야 한다. AI 남용은 또 다른 위험이다. AI의 출력은 반드시 사실검증과 법적합성 검토를 거쳐야 하며, 출처표기와 버전관리로 추적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부서의 방어적 태도는 개선 매트릭스를 공동책임으로 설계하면 완화된다. 감사는 통제가 아니라 협력의 구조일 때 성과를 만든다.


결론적으로, 연수는 지식을 나누는 행사가 아니라 변화를 설계하는 제도이다. 현장에 답이 있고, 데이터가 그 답을 증명하며, 제도화가 변화를 지속시킨다. 맞춤형 로드맵과 AI 실천도구가 결합되면, 의원의 질문은 더 정확해지고, 정책은 더 정교해지며, 시민의 신뢰는 더 단단해진다. 나는 강의와 결산검사, 현장 자문을 통해 그 과정을 수차례 경험했다. 

앞선 칼럼이 제시한 “형식에서 실질체계로”라는 방향은, 이 글의 로드맵과 함께 의회 안에서 일상의 규율로 구현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심이 아니라 운용이다. 지방의회가 이 운용에 착수하는 순간, 연수는 의례가 아니라 경쟁력이 된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국회의정연수원, 경기도의회 등 전국 지방의회 연수 200회

▷전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 국민대학교 외래교수 




작성 2025.10.13 12:43 수정 2025.10.1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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