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누리호는 올라갔다, 이제 우주산업을 키워야 한다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누리호가 다시 한 번 밤하늘을 갈랐다.


국내 기업들이 주도해 만든 한국형 발사체가, 우리 손으로 만든 위성들을 싣고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특히 민간 기업이 제작·조립을 총괄하고 발사 운용에 참여한 이번 성공은, 한국이 국가 주도의 ‘올드 스페이스’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넘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민들은 자부심을 느끼고, 산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술적 성공의 감동이 오래가지 못하는 경우는 많다.

한 번의 성공이 산업 생태계의 도약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사건은 역사책의 한 페이지로만 남는다. 누리호의 성공을 두고 “한국 우주산업의 대폭발을 기대한다”는 평가가 뒤따르지만, 실제로 그 폭발을 가능하게 할 정책적 기반이 준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점검이 필요하다. 발사체가 이륙한 것처럼, 우주산업 정책과 지역경제 전략도 함께 이륙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우선, 누리호의 성공은 정부 주도의 오랜 연구개발과 민간 기업의 참여 확대가 결합된 결과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

처음 외국 기술에 의존하던 시기에서 출발해, 이제는 300여 개가 넘는 국내 기업이 참여하는 발사체를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는 단순한 우주과학 성취가 아니라, 정밀 제조, 소재·부품, 소프트웨어, 시험·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축적된 산업 역량의 집합이다. 이 기반이 유지되고 확장될 수 있도록 정책이 설계되지 않으면, 누리호는 ‘프로젝트’로 끝나고, ‘산업’으로 자리잡지 못할 수 있다.


우주산업은 더 이상 군사·과학 분야의 전유물이 아니다.


위성에서 내려오는 영상과 데이터는 기상 예측, 재난 대응, 농업·어업, 물류·교통, 환경 모니터링 등 일상적인 행정과 민생 서비스에 직결된다. 통신·항법·지구 관측 위성 인프라는 이미 현대 사회의 ‘보이지 않는 도로망’에 가깝다. 따라서 우주산업 정책은 과학기술 정책을 넘어, 경제·산업 정책이자 지역균형발전 정책, 나아가 복지·재난·환경 정책과 연결되는 종합 공공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의 정책 환경은 여전히 개별 사업 중심, 단기 성과 중심의 체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첫째, 예산이 프로젝트 단위로 나뉘어 단기 평가에 매여 있는 구조에서는 긴 호흡의 우주산업 투자가 어렵다. 발사체와 위성, 지상국, 데이터 활용 생태계까지 포함하는 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시계가 충분히 길다고 보기 힘들다.


둘째, 민간 기업이 도전적인 사업에 나설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금융·세제·규제 환경도 미흡하다. 실패 가능성이 큰 우주 프로젝트에 대해 누가, 어떤 조건으로 위험을 분담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


셋째, 우주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삼으면서도, 지역과 지방정부, 지방의회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발사장 인근 지역, 관련 부품·소재 기업이 모여 있는 지방 산업단지, 지역 대학의 공대·이공계 인력 등이 모두 우주산업 생태계의 중요한 축임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연결하는 정책은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우주산업은 특정 연구소나 기업의 성과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발사장과 시험장, 연구기관, 대학, 협력 중소기업, 인근 도시의 생활·교육 인프라까지 하나의 ‘우주 거점 지역’을 형성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의회는 관련 조례 제정과 예산 심의를 통해, 지역이 단순한 발사장 주변 지역을 넘어 미래산업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우주·AI 융합 인재 양성 사업, 관련 기업 유치와 산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예산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중앙정부 차원의 과제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우주산업을 단발성 사업이 아닌 ‘우주경제’ 관점에서 바라보는 국가 전략이 필요하다. 발사체 개발뿐 아니라, 위성 제작, 발사 서비스, 위성 통신·항법 서비스, 우주 데이터 분석, 우주 쓰레기 관리 등 전주기를 포괄하는 산업 지도를 그려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장기 재정 계획을 세우고, 민간 투자와 연계할 수 있는 정책 금융, 공공 조달, 민관 파트너십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위성에서 내려오는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개방·표준화하고, 민간이 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재난 대응, 산불 감시, 미세먼지·해양오염 모니터링, 농업 생산성 분석 등 공공 영역에서 위성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는 이미 다양하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하면, 방대한 관측 정보를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예측과 맞춤형 행정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부는 위성·센서 데이터와 AI 기술을 연계한 ‘우주-데이터-행정’ 플랫폼을 구축해, 지방정부와 민간기업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와 우주산업의 융합은 향후 가장 유망한 분야 중 하나이다.


위성 영상 분석, 우주기상 예측, 우주선·위성의 자율 운항, 우주 쓰레기 추적 등에서는 이미 AI가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이 비교적 경쟁력을 가진 ICT·AI 역량을 우주산업과 결합한다면, 단순 발사체·위성 하드웨어를 넘어 데이터·소프트웨어·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AI 융합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 특례, 시험 데이터 제공, 공공부문 선도 수요 창출 등이 필요하다.


교육과 인력 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우주산업은 고도의 전문성과 장기적인 경력을 요구하는 분야이다. 이공계 대학의 우주·항공 관련 학과뿐 아니라, 데이터 사이언스, AI, 시스템 공학 등 융합 전공을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중·고등학교 단계부터 우주 과학과 엔지니어링에 대한 경험을 넓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지방의회와 교육청,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특성을 살린 우주·과학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지역의 청소년들이 미래 우주산업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요약하면, 누리호의 성공은 기술적 쾌거인 동시에 우리 사회에 던지는 정책적 질문이다.

발사체는 우주로 올라갔지만, 우리의 법·제도, 예산, 지역정책, 교육 정책은 과연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성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우주산업 생태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중앙정부는 장기 전략과 재정 계획을 책임지고, 지방정부와 지방의회는 지역 거점과 인재 양성, 민생과 연결된 우주 서비스 확대에 나서야 한다. AI와의 융합, 공공데이터 개방, 민간투자 촉진을 통해 한국형 ‘뉴 스페이스’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누리호의 성공에 머물지 않고, 우주산업을 한국 경제와 지역사회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할 정교한 정책 설계이다.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 누리호가 한국 사회의 상상력과 제도 개혁까지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우주강국, 우주산업 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5.11.30 23:08 수정 2025.11.30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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