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입주 가뭄에 전세폭등

10·15 대책, 전세대란 재점화하나

서울·수도권 입주 가뭄에 전세폭등… 10·15 대책, 전세대란 재점화하나

 

 

내년부터 서울과 수도권 전월세 시장이 또 한 번 거센 파고를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30% 이상 급감하는 가운데,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갭투자와 전세대출이 동시에 옥죄이면서 전세 공급이 말라붙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임대차 3법 도입 당시 입주 절벽과 맞물려 발생했던 ‘전세대란’이 형태만 바꿔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경고가 현장에서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4만2684가구에서 내년 2만8984가구로 32.1% 감소한다. 입주 가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2027년 입주 물량은 1만113가구, 2028년에는 8337가구에 불과해 매년 공급이 빠르게 줄어드는 ‘공급 절벽’이 예고돼 있다.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데 기존 주택에서 나오는 전세 매물도 함께 감소하면서, 수요 초과 상태가 구조화되는 그림이다.

 

전세가격은 이미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24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전셋값 상승률을 4%로 전망했는데,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2021년(5.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울 강남3구와 주요 역세권 단지에서는 재계약 시 1억~2억 원씩 전세금이 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전세난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 매매 진입이 어려워진 실수요가 전세로 쏠리면서, 경기도 전세 매물과 입주 물량도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고양, 수원, 안양 등 규제 완화 기대가 높았던 외곽 지역에서도 한 달 사이 전세 매물이 20% 이상 줄어든 곳이 적지 않다. 경기도 전세수급지수는 2021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요 초과’ 수준을 넘어 ‘공급 부족 심각’ 단계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시장 불안의 상당 부분이 10·15 대책 이후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과열된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며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 상당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꺼번에 묶었다. 이 과정에서 갭투자 차단과 실거주 요건 강화, 전세대출 규제가 동시에 강화되면서 기존에 전세 물건을 내놓던 집주인들이 임대를 접거나 반전세·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정책의 칼날은 의도와 달리 ‘실질 부촌’이 아닌 외곽 중저가 지역으로 더 깊게 파고들었다는 비판도 거세다. 강남, 서초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은 이미 높은 가격과 보유세로 조정 압력을 받아온 반면,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 지역은 아직 3년 전 가격조차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반면 같은 동네 수십억 원대 고급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에서 빠져 형평성 논란을 키웠다.

 

규제지역 지정 과정에서 통계를 어떻게 썼는지를 둘러싼 공방도 시장 불신을 자극한다. 

 법령상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로 판단해야 할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 지정 기준을 두고, 정부가 7~9월이 아닌 6~8월 통계를 적용해 일부 지역을 규제에 포함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9월 통계를 포함하면 기준에 미달해 규제 대상에서 빠질 지역이 적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일각에서는 재산권 침해를 근거로 한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된 상태다.

 정비사업장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구청 허가를 기다리던 매수자들은 10·15 대책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막히며 하루아침에 현금청산 대상자가 될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뒤늦게 “대책 발표 전 계약·허가 신청 건에 한해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를 인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일부 현장에서는 계약 파기와 위약금 분쟁이 발생했다.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내년부터 2027년까지 이어질 공급 절벽과 제도 리스크가 전월세 시장을 흔드는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실거주 의무 강화, 고금리 장기화, 전세·매매 관련 대출 규제는 모두 전세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전세 수요는 매매로 갈 수 없게 막아놓고, 임대인도 집을 시장에 내놓기 어렵게 만든 셈이다. 그 사이 월세 비중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서울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0%를 훌쩍 넘었고, 평균 월세도 1년 새 10% 이상 올랐다. ‘전세의 월세화’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9·7 대책 등 장기 공급 계획만으로는 눈앞의 전세 대란을 막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인식이다. 향후 3~5년간 입주 물량 공백이 뚜렷한 만큼, 단기간에 전·월세 물량을 실제로 늘릴 수 있는 정책 카드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공공임대, 도심 내 공실 오피스·상가의 주거 전환, 규제지역의 단계적·선별적 완화 등 단기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결국 10·15 대책이 남긴 교훈은 분명하다. 

 집값을 향한 강한 의지는 필요하지만, 공급 구조와 임대 시장을 동시에 보지 못한 규제는 쉽게 전세대란과 형평성 논란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내년 전월세 시장은 이미 불안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출발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센 규제’가 아니라, 공급과 임대 시장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 단기·중기 로드맵을 함께 제시하는 정교한 정책 패키지다

작성 2025.12.03 14:34 수정 2025.12.04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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