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위 부동산칼럼] 전세사기·월세 전환 가속에 ‘임대인 우위’ 논쟁 확산

임차인 검증제 추진에 차별·사생활 침해 우려도 커져

전세사기 여파와 월세 전환 가속화로 임대차 시장의 힘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 임대인이 계약 상대방인 임차인을 사전에 검증하는 이른바 ‘임차인 검증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주거권 침해와 차별 우려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커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임차인 검증제는 임대차 계약 이전에 임차인의 신용도와 납부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임대인 측은 전세사기 이후 불가피한 안전장치라고 주장하는 반면,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임대인 우위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2026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임차인 정보를 사전 확인할 수 있는 스크리닝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해당 서비스에는 월세 납부 이력, 신용도, 흡연 여부, 반려동물 보유, 동거 여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협회는 앱 형태로 제공하고, 임대인·임차인 간 동의 하에 정보 열람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성창엽 협회장은 “전세사기로 비아파트 임대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저보증·무보증 거래가 늘고 있다”며 “보증금이 줄어든 만큼 임차인의 신용 기반을 확인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대인의 등기부 분석 정보도 함께 제공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겠다”고 덧붙였다.

 

임차인 검증 요구는 이미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는 ‘임차인 면접제 도입’을 주장하는 국민청원이 제출되기도 했다. 청원은 동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지만, 임대차 시장 내 신뢰 확보 필요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는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고 분석한다. 전세는 고액 보증금이 일종의 담보 역할을 하지만, 월세는 임차인의 납부 능력과 성실성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월세는 체납이 곧 임대인의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라며 “임대인이 선별 기준을 강화하려는 흐름은 시장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통계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5년 1~10월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2.7%로 나타났다. 2023년 54.9%, 2024년 57.3%에 이어 매년 상승세다. 서울의 경우 올해 월세 비율이 64.2%에 달해, 전세 1건당 월세 계약이 2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임차인 검증이 이미 일반화돼 있다. 독일은 신용정보서(SCHUFA), 급여 명세서, 이전 임대인의 추천서 제출이 기본이며, 영국과 프랑스도 소득·신용 검증이 통상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독일은 세입자 퇴거가 매우 어렵고, 그만큼 세입자 권리 보호도 강력하다”며 제도 환경 차이를 지적한다.

 

국내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년주거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은 이번 논의를 “차별과 사생활 침해를 제도화하는 시도”로 규정했다. 김가원 사무처장은 “전세사기의 본질은 임대인 정보 비공개와 관리 부실에 있다”며 “임차인 검증 강화는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흡연 여부나 동거 형태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사생활 침해”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임차인 검증제 도입 여부보다, 임대인 정보 공개 확대와 주거권 보호 장치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세사기 이후 재편되는 임대차 시장에서 ‘신뢰 확보’라는 명분이 또 다른 불균형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작성 2025.12.27 10:57 수정 2026.01.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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