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동맹은 축, 외교는 다변화: 우리 국익을 지키는 균형전략

가치와 이익을 분리하는 ‘투트랙’ 필요...협력과 견제를 혼합해 국가 옵션 넓혀야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동북아 정세는 다시 한 번 큰 굴곡을 맞고 있다. 2026년 2월 8일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이 압승하며 개헌·방위정책 드라이브를 예고한 장면은 그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또한 미국은 2025년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아래에서 ‘미국 우선’의 재강화를 선명히 내세우고 있고, 중국은 경제·안보 양면에서 대미 견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 외교가 마주한 환경은 한마디로 불확실성이 상수인 경쟁적 다극 체제로 재편되는 중이다.


이럴 때 우리나라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두 가지 극단이다. 하나는, 특정 강대국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외교다. 다른 하나는, 감정적 거리두기로 전략적 이익까지 스스로 접어버리는 외교다. 어느 쪽이든 결과는 비슷하다. 선택지가 줄어들고, 협상력이 약해지고, 결국 국익의 비용이 커진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이라는 이름의 능동적 전략이다. 


균형외교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소극적 중립이 아니라, 필요한 협력은 키우고 불필요한 대립은 관리하며, 위기 때는 출구를 여러 개 남겨두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가치와 이익을 분리하는 ‘투트랙’이 필요하다. 외교의 토대는 가치이되, 실행은 이익의 언어로 정교해야 한다. 인권·법치·국제규범처럼 흔들릴 수 없는 원칙은 분명히 하되, 통상·공급망·투자·기술표준 같은 영역에서는 냉정한 손익 계산과 리스크 관리가 따라야 한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헤징(hedging)’이 바로 이런 맥락의 전략이다.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서 한쪽으로 올인하기보다, 협력과 견제를 혼합해 국가의 옵션을 넓히는 행동 양식으로 정리된다.


둘째, 동맹을 ‘고정점’으로 두되, 파트너십을 ‘다변화’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안보 구조에서 한미동맹은 핵심 축이다. 그러나 동맹 하나만으로 모든 리스크를 상쇄할 수는 없다. 유럽연합(EU), 아세안, 인도, 호주·캐나다 등과의 협력망을 촘촘히 엮는 ‘네트워크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 중견국 외교론이 강조하듯, 우리 같은 국가의 강점은 강대국처럼 밀어붙이는 힘이 아니라 연합을 만들고, 다자 규범을 설계하고, 타협점을 중개하는 일종의 ‘게임 오브 스킬’에 있다.


셋째, ‘경제안보’를 외교의 부속물이 아니라 국가 운영의 중심 의제로 올려야 한다. 오늘날 외교는 안보와 통상이 분리되지 않는다. 반도체·배터리·AI·에너지 전환·해운물류·희소자원처럼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분야는 곧 외교의 전장이다. 따라서 공급망 위험평가, 핵심기술 보호, 대외의존도 관리, 제재·수출통제 대응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경제안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국가의 목표는 “성장”만이 아니라 “충격에 견디는 체력”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경제·안보·외교 수단을 통합적으로 보는 국가전략 관점이 중요하다.


넷째, 외교는 ‘정부 부처의 기술’이 아니라 ‘국가의 신뢰 자산’이다. 균형외교가 작동하려면 국내 정치의 기반이 필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본 노선이 출렁이면 상대국은 우리를 협상 파트너가 아니라 “변수”로 취급한다. 그러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중심의 조정력 강화, 국회 보고·검증의 제도화, 초당적 외교 합의의 최소 공통분모가 필요하다. 외교는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장기적 신뢰로 축적되는 자산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외교는 중앙정부만의 영역이 아니다. 지방정부의 국제교류, 기업의 해외 진출, 대학·연구기관의 글로벌 협력, 시민사회의 네트워크는 모두 우리 외교의 확장선이다. 이 힘을 모아야 ‘국가 경쟁력으로서의 외교’가 된다. 일본의 개헌 논의와 방위정책 변화, 미·중 전략 경쟁의 격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흔들리지 않으려면, 결국 균형의 미학을 정책화해야 한다.


결론은 단순하다. 균형외교는 우유부단이 아니라, 선택지를 넓혀 국익을 지키는 고도의 실용주의다. 한쪽에 기대는 외교는 편해 보이지만 비용이 커지고, 감정으로 하는 외교는 시원해 보이지만 출구가 사라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 위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는 국가 운영의 철학이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6.02.12 17:58 수정 2026.02.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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