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 향토유적 제8호 관곡지를 찾아서

500년 역사 품은 도심 속 연꽃 명소

생태와 전통이 공존하는 시흥의 대표 문화유산

연꽃 만개하는 여름, 시민 발길 이어지는 관곡지

경기 시흥시 하중동에 위치한 향토유적 제 8호관곡지 사진=김민주기자

경기 시흥시 하중동에 위치한 관곡지가 지역의 대표적인 역사·생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관곡지는 시흥시 향토유적 제8호로, 조선 전기 문신이자 농학자로 이름을 남긴 강희맹(1424~1483)과 깊은 인연을 간직한 유서 깊은 연못이다.


관곡지(경기도 시흥시 하중동 208번지)는 가로 23m, 세로 18.5m 규모의 전통 연못으로, 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둔 ‘방지원도형’ 구조를 따르고 있다. 조선 전기 중앙 고위 관직을 역임했던 강희맹은 농업 발전과 백성들의 삶에 깊은 관심을 기울인 인물로 평가된다.


강희맹은 세조 9년(1463) 중추원부사로 명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오는 길에 남경의 전당지에서 당시 국내에 없던 새로운 연꽃 씨앗을 들여왔다. 그가 가져온 연꽃은 ‘전당홍’이라는 품종으로, 흰 꽃잎 끝이 옅은 홍색을 띠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강희맹은 이 연꽃을 당시 안산 초산면 하중리의 작은 연못, 즉 현재의 관곡지에 처음 심었다. 이후 연꽃이 인근 지역으로 퍼지면서 『안산군읍지』 기록에 따르면 세조 12년(1466)부터 안산의 별호가 ‘연성(蓮城)’, 즉 ‘연꽃의 고을’로 불리게 됐다.


관곡지는 강희맹의 사위였던 권만형 가문(안동 권씨 화천군파 종중)이 오늘날까지 소유·관리해 오고 있다. 이는 조선 전기 자녀 균분 상속 제도에 따라 관곡지 일대 토지가 강희맹의 딸에게 분재되면서 사위 가문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연못은 한때 황폐해지기도 했다. 헌종 10년(1844) 안산군수로 부임한 권용정은 선대의 기록을 확인한 뒤 이듬해 연못을 준설했다. 그 결과 여름이 되자 연꽃이 중국 전당의 것처럼 두 줄기로 자라나는 모습을 되찾았다.

 

권용정은 당시 경기도 관찰사였던 이계조에게 이를 보고하고, 연못 관리를 전담할 ‘연지기’ 6명을 둘 것을 요청했다. 이 건의가 받아들여지면서 마을 주민 6명이 선발되어 관곡지를 전담 관리하게 되었고, 연지기에게는 각종 노역과 세금이 면제되는 특전이 주어졌다.


이 같은 세심한 관리 덕분에 관곡지의 전당홍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여름이면 연못 가득 피어나는 연꽃의 우아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관곡지는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연꽃과 함께 왜가리, 백로가 서식하고 있으며, 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저어새도 관찰되는 등 도심 속 생태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7월 중순에는 ‘시흥 연성 관곡지 연꽃 축제’가 열려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인근에는 시흥갯골생태공원, 연꽃테마공원, 호조벌, 물왕저수지 등을 잇는 약 7.5㎞의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도 잘 조성돼 있어 하이킹과 자전거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시흥시 관곡지 연꽃테마파크에서 운동을 하던 주민 A씨는 “관곡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라 오랜 역사적 의미와 생태적 가치를 함께 지닌 소중한 지역 자산”이라며 “시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편의시설 확충 등을 통해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자긍심과 자발적인 관심,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곡지를 방문해 그 가치를 직접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성 2026.02.19 16:14 수정 2026.02.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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