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이냐 원칙이냐"… 건설업계 정면충돌, 110만 탄원서 너머 '운명의 7개월'

- 업계 간 팽팽한 입장차 "보호막 연장" vs "약속 이행"

- 갈등의 일시 정지가 아닌, 상생의 구조 개편이 필요할 때

-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의 해묵은 갈등 "다시 한번 수면 위로"

2027년 1월로 예정된 '종합-전문 건설업 상호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정면충돌하고 있다. 핵심은 영세 전문건설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4.3억 원 미만 전문공사 수주 제한(일몰제)'의 연장 여부다. 전문업계는 폐업 위기를 호소하며 보호구간 확대와 일몰 폐지를, 종합업계는 시장 원칙에 따른 적기 시행을 주장하며 국토교통부에 110만 부의 탄원서를 쏟아냈다.

 

(사진=대한전문건설협회)/에콜로지코리아
(사진=대한건설협회)/에콜로지코리아

 

전문건설업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강조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종합건설사가 소규모 전문공사 시장을 잠식하면서, 지난해 폐업한 건설사의 약 85%가 전문건설업체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현재 4.3억 원인 보호구간을 10억 원으로 높이고, 한시적이었던 일몰제를 상시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반면 종합건설업계는 "이미 6년을 기다렸다"며 맞서고 있다. 2018년 노사정 합의를 통해 결정된 정책을 번복하는 것은 신뢰의 문제이며, 종합건설사의 98% 역시 중소기업으로서 수주 절벽에 시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체 전문공사의 90%가 4.3억 원 미만이라 사실상 그간 종합업계의 손발이 묶여있었다고 항변한다.


향후 7개월간의 향방은 국회의 법안 처리와 국토부의 중재안에 달려 있다.

현재 국회에는 보호구간을 2029년까지 연장하거나, 아예 금액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넘겨 유연화하는 내용의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여야 모두 민생 경제를 의식하고 있어, 전문업계의 손을 들어주는 '보호 기간 연장'이 단기 대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업역을 나누는 것을 넘어, '누가 실제로 시공하는가'를 엄격히 따지는 방향으로 제도가 보완될 전망이다. 종합건설사가 수주 후 재하도급을 주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시공 자격 검증이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상호시장 진출 이후의 수주 현황과 시장 영향에 대한 정밀 진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통계 결과가 일몰제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원서 사태는 단순히 두 업계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치부하기엔 그 깊이가 깊다. 고금리, 공사비 급등, 부동산 경기 침체라는 '삼중고'가 건설업계 전체를 옥죄고 있는 상황에서, 업역 개편은 '성장의 촉진제'가 아닌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일몰을 하느냐 마느냐'라는 이분법적 논리보다, 중소 전문업체가 기술력만으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규모가 크다고 작은 공사를 뺏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원·하도급 구조를 투명화하고 불법 재하도급을 근절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남은 7개월은 단순한 '유예'의 시간이 아니라, 70년 건설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연착륙시키기 위한 '합리적 타협안'을 도출해야 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작성 2026.05.15 14:23 수정 2026.05.3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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