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반도체 호황 속 청년고용의 역설, 이제는 고용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박동명 한국정책연구원장은 법학박사로서 국민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20여 년간 강의해 왔으며, 공직생활 15년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자치·공공정책·사회문제에 대한 칼럼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칼럼은 반도체 호황 속에서도 심화되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구조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고용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제안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성장의 숫자가 청년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좋은 경제가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체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로 전환되었고, 특히 청년층 고용지표의 악화가 두드러졌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약 25만 명 이상 감소하며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 역시 전년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인구 감소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고용률 자체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이 노동시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구조적으로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점은 같은 시기 우리 경제가 수출,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은 생산과 수출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이러한 성장이 고용 확대, 특히 청년 일자리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고 있다. 수출은 회복되고 산업은 고도화되지만 고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성장과 고용의 괴리’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경기 변동이나 대외 여건으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대외 불확실성과 원자재 가격 상승, 일부 산업의 부진 등을 주요 요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기술 변화와 산업구조 전환에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확산은 기업의 채용 방식과 업무 구조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과거 신입사원이 담당하던 기초 업무는 자동화되고 있으며, 기업들은 점점 더 즉시 활용 가능한 경력형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생성형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며, 직업의 단순 소멸보다는 직무의 대규모 전환이 현실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 속도에 교육과 고용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청년을 길러내는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 청년고용 문제는 단순한 일자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교육·노동시장 전반이 맞물린 구조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공공일자리나 재정 지원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우선, 첨단산업의 성장을 청년 일자리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대기업 중심의 생산 확대만으로는 고용 창출 효과가 제한적이다. 장비, 소재·부품, 설계, 테스트, 소프트웨어, 데이터 인프라 등 전후방 산업 전반으로 생태계를 확장하고,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국가산업단지와 첨단전략산업 거점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청년 고용과 정주가 결합된 복합 생태계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둘째, 청년의 ‘첫 일자리’를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현재 노동시장은 경험을 요구하지만, 청년에게는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부족하다. 이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 현장 기반의 인턴십, 도제형 훈련, 프로젝트 참여형 일경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정부 지원은 단순 보조금이 아니라 직무역량 축적과 연계되어야 한다.

 

셋째, 교육체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대학은 전공 중심 구조를 넘어 데이터, AI, 디지털 행정, 바이오, 에너지 등 융합형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역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계한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청년의 지역 정착과 고용을 동시에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넷째, 노동시장에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기업이 신규 채용을 부담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실업급여, 재교육, 전직 지원 등 안전망을 강화하는 ‘유연안정성’ 접근이 필요하다. 청년에게는 직무 전환과 역량 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첨단산업의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환류될 수 있는 장치도 고민해야 한다.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향상이 특정 기업에만 집중될 경우 고용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청년고용과 직무전환을 지원하는 재원으로 연결하는 정책적 설계가 요구된다.

 

여섯째,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청년고용은 지역의 문제이기도 하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산업정책과 연계된 청년고용 전략을 수립하고, 지방의회는 조례와 예산을 통해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주요 개발사업과 산업 유치 정책에 대해 청년고용 효과를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청년고용 문제는 단순한 경제지표가 아니라 사회의 미래를 가늠하는 척도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면, 결혼·출산·주거·지역 정착 등 사회 전반의 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도체 호황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성장의 성과가 청년의 기회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성장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이제는 성장과 고용이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단기 처방을 넘어 구조 개혁으로, 재정 지원을 넘어 역량 투자로, 중앙 중심 정책을 넘어 지역 기반 생태계로 전환할 때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박동명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지방의회 운영 실무, 주민참여예산의 이해와 운영 전략 등 다수



작성 2026.06.13 17:32 수정 2026.06.1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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