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을 달린다.
그러고 보니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달렸던 것 같다.
상류로 방향을 잡고 달린다.
오늘따라 러닝화의 쿠션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달릴수록 찌뿌둥했던 심신이 조율되면서 이 길이 끝나는 곳, 길이 시작되는 곳까지 가보고 싶어졌다.
다리 밑을 지나고부터 인적은 뜸하고 들꽃과 물소리가 무성하다.
조금만 더 가면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뒤로 흐르던 개울이 나올 것이다.
하얀 모래 사이로 흐르던 맑은 물, 어린 나이에도 그 모습을 마냥 좋아서 언뜻언뜻 머물렀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개울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리가 놓인 것과 모래가 쓸려간 자리에 풀들이 우거진 것 말고는 그대로였다.
다리 밑에서 발길을 돌려 얼마만큼 왔을 즈음에 징검다리를 발견했다.
물살이 가장 센 곳, 징검다리 가운데 돌 위에 앉았다.
물속의 피라미들이 떼를 지어 하늘로 다이빙하면서 반짝거리고, 천변으로 오색버드나무와 황계국, 수초들이 두런두런 석양을 기다리며 설레이고 있다.
그리고 징검다리 위에는 초등학생이었던 사람과 정년퇴직한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바람은 개울물을 따라 흐르고 있지만, 시간은 멈춰있다.
여기, 지금 내가 있었다.
하늘로 오르던 피라미의 은빛 몸, 바람에 수런대던 꽃, 그리고 나무와 풀, 물소리와 바람, 옅은 석양빛 하늘, 추억으로만 다녀오던 초등학교와 개울,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몸이 일제히 나를 향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이것이 행복인 것을, 이 순간이 행복한 시간인 것을 알아챘다.
행복은 성취하거나 찾아야 하는 보물이 아니라, 느끼고 맛보는 어떤 감정이었다.
내가 오늘 행복을 맛보았다고 달리기 전의 심란했던 일상이 휙 바뀌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뻐근했던 일상에도 행복은 있었다.
길 위에서 내가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던 행복이 속삭였다.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으니까 불행하다고 단정해버려요.
그런데 오늘 보았죠?
잠깐 멈추고 돌아보면 행복이 손짓하고 있는 것을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케이피플 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 시 표기 의무
■ 제보
▷ 전화 : 02-732-3717
▷ 이메일 : ueber35@naver.com
▷ 뉴스홈페이지 : https://www.kpeoplefocus.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