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법원에 다녀왔습니다. 거래처를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거래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어 보이는데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는 걸 기다릴 수는 없었습니다.
법원 복도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의 ‘냉기’가 느껴집니다. 인간의 온기는 서류 더미와 ‘가해자가 발 뻗고 자는 세상’이라는 누군가의 외침에 묻힌 듯 하더군요.
최근에는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회사가 공기업에 납품하는 건이 있는데, 그 공기업의 신뢰를 이용해 실제 근무하는 직원의 명함을 똑같이 만들어놓고 대납을 요청하는 건이 있었습니다. 임원에게 보고하니 처음에는 해주라고 하더군요.
혹시 몰라 백방으로 알아보니, 요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승을 부리는 정교한 사기 수법이었습니다. 평소에 뉴스 보면서 ‘보이스피싱이나 사기에 왜 빠질까’ 싶었었는데, 하마터면 저와 회사가 순식간에 궁지에 몰릴 뻔했습니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제가 인류애가 사라지는 거의 유일한 순간이 채권회수 업무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이 업무를 하다 보면 세상이 정말 험하다는 걸 절감합니다.
어떻게 하면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해보니 반대의 관점이 떠오릅니다. 거래처 몇 군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대부분의 거래처는 문제없이 약속을 지키고 있다는 건 아닐까하고 말이죠.
때문에 회사는 여전히 영업활동을 이어가고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세상은 몇몇 무책임한 사람들 때문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름 없이 자기 몫을 다하는 더 많은 이들 때문에 유지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눈앞의 가시 같은 몇몇 사람들 때문에 저처럼 순간적으로 인류애를 잃어버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법원의 냉기 속에서도 묵묵히 법 질서를 유지하는 이들이 있듯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약속을 지켜내는 다수 덕분에 굴러가고 있음을 새겨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더 많은 이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서로에게 온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