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의 6월은 상반기를 매듭짓는 달입니다. 4월에 파종한 작물들을 장마가 오기 전에 수확하기 때문이지요.
첫 수확은 양파. 알이 차오르면서 초록색 줄기가 힘을 잃고 옆으로 누웠습니다. 거둘 때지요. 이태 전 냉해를 입어 말라버린 줄기만 봤던 기억이 있던 터라 멀쩡한 양파를 보는 마음이 각별합니다. 단단하고 동글동글한 양파를 하나씩 뽑아 올려 줄기와 뿌리를 자르고 겹치지 않게 바구니에 하나씩 담아 그늘로 옮겨 하나씩 꺼내놓았습니다. 여기저기 생각나는 지인들과 나누고 남은 양파는 바람 잘 통하라고 계란판 위에 띄엄띄엄 하나씩 올려놓았습니다.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생양파를 고추장에 찍어먹어도 그다지 맵지 않고 아삭하고 답니다. 6월에 집에 들른 지인들에게도 빼놓지 않고 고추장에 찍은 생양파를 권했답니다.
양파를 수확한 자리에 들깨를 심으려 했는데 올해는 집중해야 할 곳이 있으니 그대로 비워두기로 합니다.
양파밭이랑 가장자리에 빙 둘러 심어놓은 옥수수에 수염이 달리고 줄기는 굵어지고 잎도 녹색이 짙어지니 힘 있어 보입니다. 한 달 후 덥다 덥다 할 때 수확하겠지요.
그 옆에 보랏빛 가지는 한 개씩 두 번 따서 가지나물 해 먹었습니다. 고추도 지금이 한창입니다. 고추는 병충해에 취약해서 매년 장마오기 전까지만 볼 수 있습니다. 꽈리고추는 멸치 넣어 조리고 아삭이 고추와 청양고추는 여기저기 귀한 양념으로 쓰입니다.
그 옆으로 널찍하게 호박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겨울부터 작은 구덩이를 파고 음식물 찌꺼기를 일정비율 흙과 섞어 일정기간 뒤집어 주기를 반복하여 만들어놓은 퇴비장에 호박씨를 심었는데 시장에서 사 온 모종보다 생육이 왕성합니다. 노란 꽃을 머리에 이고 동그랗게 몸피를 키우는 모습이 앙증맞습니다.
4월 초에 씨를 뿌려놓은 당근도 이제 뽑기 시작했습니다. 알은 작은데 아삭하고 답니다. 향은 또 얼마나 싱그러운지 모릅니다.
완두콩을 수확한 자리에는 서리태를 심어두었고요. 성장이 빠르니 매일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처음 심은 브로콜리가 놀라운데요. 브로콜리는 대형견 세 마리 식사에 매끼 들어가는 채소라 시험 삼아 7개 심어본 건데 2개가 실하게 열렸습니다. 예전에 양배추를 심었다가 벌레에게 다 내주어서 입맛만 다셨는데 브로콜리 잎도 별반 다르지 않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선물처럼 하루하루 쑥쑥 크더니 꽃봉오리가 촘촘하고 단단해집니다. 농사짓는 사람만이 볼 수 있다는 그런 자태입니다.
내년에는 상추를 절반으로 줄이고 그 자리에 브로콜리를 심으리라 계획해 봅니다.
5월 한 달 아침저녁으로 뜯어 식탁에 올리고 또 외출할 때마다 뜯어서 지인들과 나누던 상추는 이제 끝물이라 줄기가 훌쩍 커있고 씁쓸한 맛이 들었습니다.
생명 있는 것은 다 제철, 즉 알맞은 때가 있는 거겠지요. 인연의 오고 감에 설레발 칠 것도, 기뻐할 것도 슬퍼할 것도 없을 테지요. 텃밭에서 하루가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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