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건너는 자기만의 방법이 하나쯤 있을 법한데요.
그것도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저는 80년대 대학, 강변가요제 입상곡을 들으며 그들의 리듬에 제 기분을 슬쩍 올려놓고 300만 개 땀구멍으로 눅눅한 기운을 슬그머니 밀어냅니다. 처음 몇 곡은 감정을 격하게 하지만 어느 시간이 되면 차분해지고 몸에 리듬만 남기는데요. 이어폰을 뺀 후에도 노래가 귓가에 입가에 머물러 마음이 빠삭해집니다.
빈주머니에 점심 한 끼가 위태로웠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던 20대 초에 듣던 노래입니다.
배는 고팠지만 이상을 꿈을 낭만을 버릴 수는 없던 때, 해질녘 막걸리 한통은 가뿐하게 캠퍼스 운동장에서 먹을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결강하고 강의실 가까운 잔디에 철퍼덕 앉아 낮술 정도는 먹어 주는 천연덕스러움이 있어야, 미팅을 하며 대학의 낭만을 즐길 수 있어야, 마르크스를 함께 읽으며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어야,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가 아닌 세상을 어떻게 뜯어고칠지를 고민하고 행동으로 증명해야 모름지기 산다고 할 수 있지 하던 그때에도 숫기 없는 저는 그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강의실과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자본주의 속으로 파고 들려했고 고픈 배를 채우고 싶었으니까요.
이상, 꿈, 낭만, 사회정의를 외면해서 그만큼 외로웠을 겁니다. 사회적 소임을 외면한 젊은이의 뻔뻔함 내지는 무능함으로 도서관에 파묻혀서 자기 살길만 찾던 소심한 이기주의자의 허전함을 채워준 것이 그 당시 젊은이들의 사회적 고민과 낭만이 담긴 이 노래들인 셈입니다. 이 노래들로 짧은 시간에 외면했던 감정과 의식을 깨울 수 있었을 테니 경제적인 선택이었을까요. 찻잔을 벗어날 수 없을 만큼 영향은 미미했을 테지만 나름 의미가 있던 모양입니다.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제게 유리한 쪽으로 용케 방향을 잡아 일어서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노동력을 돈으로 환산하던 시간을 멈추고 나누는 시간을 이따금 계획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 시절에 듣던 노래를 들으며 방황하면서 내일을 계획하던 모습, 깜박이는 가로등불에 스러질듯한 마음을 실었다 지워버리고 현실로 돌아오던, 밤 10시 도서관에서 나와 서늘해진 바람을 맞으며 가을날 달무리를 올려다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던 때를 떠올리며 지금 걷고 있는 사막도 지나가겠지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이익이 되는 시간을 찾을 것이고 또 살아가겠지요. 반려견 진통제를 3번째 처방받으러 간 날 이번에는 보름치만 처방해도 될 것 같다는, 죽음을 우회한 담당의의 말에 울컥하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렇게 지나려 합니다.
케이피플 포커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 시 표기 의무
■ 제보
▷ 전화 : 02-732-3717
▷ 이메일 : ueber35@naver.com
▷ 뉴스홈페이지 : https://www.kpeoplefocus.c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