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독자님들은 예전 글에서 잠시 소개해드렸던 알리를 기억하시나요? 알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2학년 때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활발한 성격과 스스로의 노력 덕분에 지금은 한국어로 충분히 소통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원래 고향은 키르기스스탄이라 그 나라 언어도 능통하고 러시아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능력자입니다. 게다가 운동도 잘하지, 봉사에도 열심이지, 왕자님처럼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요즘 말로 육각형 인재입니다. 제가 뜬금없이 왜 이렇게 알리 자랑을 하는지 궁금하시지요?
얼마 전 알리가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아이들도 저도 알리를 무척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는 7월 초, 갑자기 남학생들이 '선생님 알리 며칠 뒤에 우즈벡 간다는데요?'라면서 웅성거렸습니다. 너무 뜬금없는 이야기라 '이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으로 알리를 쳐다보니 아이가 웃음기 사라진 얼굴로 제게 다가왔습니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오늘 아침에 다음 주에 떠난다고 했다는 겁니다.
심지어 더 충격적인 소식은 이제 우즈벡으로 떠나면 영영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오늘 집에 가서 부모님과 제대로 이야기를 나눈 다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려달라고 당부한 후 아이를 하교시켰습니다. 그러고 나서 알리 아버지께 연락을 드려봤지만 전화기는 꺼진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부모님의 직장 문제 때문에 외국으로 떠나는 아이들이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아이를 통해, 며칠 내로, 그것도 영영 간다는 소식을 들은 건 처음이었습니다.
다음날 알리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아이는 지금 아버지가 우즈벡에 갔다 내일 오시는데 아버지가 한국으로 돌아오면 바로 우즈벡으로 떠날 것이며, 이제 한국에는 다시 오지 않는다고 그늘진 얼굴로 말했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반 아이들도 말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습니다. 아이들을 집에 보낸 오후 저는 다시 알리 아버지와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몇 번의 시도 후 가까스로 알리 아버지와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알리 아버지가 한국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터라 단어만 주고받으며 열심히 소통을 하는데 아버지는 알리가 한두 달 있다 다시 한국으로 올 거라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기쁜 소식을 아이들과 알리에게 전하니 모두 환호하며 난리가 났습니다.
그렇게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알리는 훌쩍 떠났습니다. 며칠 뒤 저는 알리의 출석 처리 때문에 알리 아버지와 연락을 했습니다. 그런데 알리 아버지가 앞으로 가족들이 언제 한국에 올지 알 수 없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무엇도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기다리는 일뿐입니다. 알리가 올지 안 올지도 모른 채 저희 반 아이들은 알리가 보고 싶다며 매일 그 책걸상에 대고 이름을 부릅니다. 과연 알리는 2학기에 한국으로 돌아와 우리 반에서 같이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K People Focus 별무리쌤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안녕하세요. 격주로 진짜 교실의 이야기를 담은 칼럼을 쓰게 된 함께성장인문학 연구원 43기 별무리쌤입니다. 치유와 코칭 백일 쓰기, 인문의 숲 과정을 거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을 글로써 독자들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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