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헌숙
제9기 국가도서관위원회가 출범했다.
정부는 학계와 도서관, 문화예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위원 명단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과연 무엇을 위한 위원회인가.
도서관은 더 이상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다. AI 시대의 도서관은 종이책뿐 아니라 전자책과 오디오북, 웹툰, 디지털 아카이브, AI 기반 지식정보를 연결하는 국가 지식플랫폼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플랫폼의 출발점은 여전히 책이다.
책은 저자가 쓰고, 출판사가 만들며, 인쇄와 제본, 종이, 시각디자인, 물류를 거쳐 서점과 플랫폼을 통해 독자와 도서관에 이른다. 그리고 그 지식은 영화와 드라마, 웹툰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장된다. 출판은 하나의 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 문화산업과 수출경제를 떠받치는 뿌리다.
그러나 지금 출판사는 도산의 위기에 내몰리고, 출판 생태계는 붕괴의 기로에 서 있다. 출판이 무너지면 K-문화의 다음 이야기도 사라진다. 이는 책 한 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문화 산업과 수출 경쟁력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국가도서관위원회는 존재해야 한다. 도서관 운영만을 논의하는 기구가 아니라, 출판과 독서문화,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문화콘텐츠 산업을 함께 아우르며 국가 지식 생태계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 기구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위원회 구성을 보면 여전히 도서관과 문헌정보학 중심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인상을 준다. 위원 명단은 다양해 보이지만 다양성과 대표성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직함의 숫자가 아니라, 오늘의 지식 생태계 변화를 얼마나 균형 있게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도서관 정책은 더 이상 도서관만의 정책이 아니다. 출판산업과 문화콘텐츠 산업의 현실, 디지털 콘텐츠 유통, 저작권 환경의 변화, AI 시대의 지식서비스까지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서관 정책도 미래를 향할 수 있다.
세계는 이미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도서관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출판과 교육, 디지털 정보,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로 인식한다. 도서관 정책 역시 지식생태계 전체를 대상으로 설계한다.
반면 우리는 아직도 도서관을 도서관 안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대는 책을 넘어 디지털과 AI, 문화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는데 정책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듯하다.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만을 위한 위원회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지식을 설계하는 위원회여야 한다.
그 출발점은 화려한 직함의 나열이 아니라 시대 변화와 산업 현실을 반영한 구성이다. 출판과 문화콘텐츠, 저작권, 디지털 기술, 교육, 독서문화 등 다양한 영역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담겨야 한다. 그래야 국가도서관위원회는 도서관 정책을 넘어 대한민국 지식 생태계의 미래를 이끄는 국가 정책 기구가 될 수 있다.
도서관은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출판이 살아야 도서관이 살고, 도서관이 살아야 국민의 지식이 살아난다.
도서관은 결과이고, 출판은 시작이다. 시작이 무너지는데 결과만 지키겠다는 정책으로는 국가 지식 생태계를 지킬 수 없다. 이것이 이번 보도자료가 남긴 가장 큰 아쉬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