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추진해 온 차세대 주력전차(MGCS·Main Ground Combat System) 개발사업이 또다시 표류하면서 한국의 K2 흑표 전차가 유럽 시장 확대의 결정적인 기회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폴란드 경제전문매체 WNP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독일과 프랑스의 차세대 전차 공동개발 사업이 정치적·산업적 갈등으로 심각한 난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근 열린 제26차 프랑스-독일 방위안보이사회 공동성명에서도 MGCS 사업이 사실상 언급되지 않으면서 양국의 협력 의지가 크게 약화됐다는 평가가 제기됐다.
MGCS는 독일의 레오파르트2와 프랑스의 르클레르 전차를 대체하기 위해 추진된 유럽 최대 규모의 지상무기 개발사업이다. 총 사업 규모는 약 1000억 유로(약 168조 원)로 추산되며, 당초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했지만 현재는 2040년대 이후로 일정이 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지연의 가장 큰 원인은 산업 주도권 갈등이다. 독일의 라인메탈과 KNDS 독일, 프랑스의 KNDS 프랑스 및 탈레스 간 개발 역할과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이견이 지속됐고, 양국 정부 역시 요구 성능과 수출 정책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차세대 전투기(FCAS) 공동개발 사업까지 사실상 무산되면서 독불 방산협력 전반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방산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는 이미 폴란드 대규모 수출을 통해 유럽 현지에서 성능과 생산 능력을 입증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각국이 신속한 전력 증강을 추진하는 가운데 K2는 빠른 생산과 납기, 높은 기동성과 화력, 현지 생산 및 기술협력 모델까지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폴란드는 K2 180대를 우선 도입한 데 이어 K2PL 현지 생산을 포함한 후속 계약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슬로바키아와 루마니아,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MGCS 일정이 계속 늦어질 경우 유럽 국가들이 차세대 전차를 기다리기보다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기존 플랫폼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내부에서도 중간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임시 전차 도입이나 레오파르트2 개량형, 새로운 플랫폼 개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K2의 유럽 시장 확대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최근 방산 공급망의 자립과 역내 생산 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유럽 방산기업들의 자국 산업 보호 움직임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결국 현대로템이 폴란드 사례처럼 현지 생산과 기술이전, 유럽 기업과의 공동개발 체계를 얼마나 확대하느냐가 향후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MGCS가 장기 지연될수록 유럽 각국은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검증된 전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K2는 성능뿐 아니라 생산 속도와 가격 경쟁력, 현지화 전략까지 갖춘 만큼 향후 유럽 전차 시장의 가장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10~20년간 유럽 전차 시장이 수백조 원 규모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번 독불 공동개발 사업의 차질은 K-방산이 단순한 수출을 넘어 유럽 지상무기 시장의 핵심 공급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