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를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 칸수를 헤아리는 10여 초
잠을 깨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반, 출근 준비 전까지 비어있는 3시간
운전하면서 집에 도착하기까지 남은 1시간 10분
참깨꽃 꽃말이 궁금해질 때
시냇가에서 하얀 모래톱을 발견할 때
책의 문장이 내 손목을 잡아 이끌 때
뮤지컬을 보고 ‘세계 일주를 하고 왔다’는 느낌이 든 순간
아내의 마음이 보이는 순간
울진 망양정 바다가 ‘보따리 하나로도 삶은 거뜬해’ 하고 말해주던 순간
바야흐로 이번 주는 국민휴가기간입니다.
절기상 중복을 끼고 있어 무덥기도 하려니와 무엇보다도 학원이 방학을 하는 시기라 휴가가 몰리기 때문입니다.
휴가(休暇)의 한자 뜻은 ‘쉬는 틈’ 또는 ‘틈을 내어 쉰다’라는 뜻이지요.
또 영어로는 vacation인데 그 동사 vacate는 ‘비우다’ 뜻이니, 결국 분주한 일상에서 틈을 내어 되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지난 주말, 도서관에서 ‘비우는’ 휴가가 아닌 ‘빈 곳을 찾는’ 휴가를 보냈습니다.
우툴 가완디(김희정 옮김)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읽고 보니, 제 삶에서 노화나 죽음은 빈칸인 상태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한형조의 “성학십도”를 더듬더듬 읽다 보니, 저에게 성리학(유교)은 바늘 꽂을 자리도 없었습니다.
저에게 빈자리가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빈 곳이 그렇게도 많은데, 그것을 잘 몰랐던 것도 그렇거니와 무엇을 채우려고 그렇게 분주하고 정신없이 살아왔는지가 더 의문입니다.
이번 휴가는 과한 것을 덜어내는 휴가도 좋지만, 삶의 빈 공간을 찾아보는 휴가이면 더 좋겠습니다.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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