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시인 한정찬의 "사는 일"
사는 일
혼자 사는 집에는
저녁이
문보다 먼저 들어온다.
벗어 놓은 신발 곁으로
말을 잃은 시간이
천천히 먼지를 뒤집어쓴다.
외로움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컵 하나,
빈 의자 하나,
불을 켜도
달라지지 않는 방의 크기.
그런 것들이
날마다
한 장씩 포개져
산이 되고
바다가 된다.
누군가와 산다는 것은
한 사람의 하루가
다른 사람의 하루를
조용히 받아내는 일.
늦게 돌아온 발자국 하나에도
집은
조금 더 집이 되고
식어 가는 국에서는
아직 기다린다는 냄새가 난다.
사는 일은
끝내
잘 버티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늙어 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문을 여는 소리 하나가
한 생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한정찬
□ 농업인(小農), 전업 시인, 행정안전부 안전교육전문강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소방안전컨설턴트 외
□ (사)한국공무원문학협회 고문, (사)한국문인협회원, (사)국제펜한국본부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원 외
□ 시집 ‘한 줄기 바람(1988)외 29권, 한정찬시전집 2권, 한정찬시선집 1권’ 외
□ 농촌문학상, 옥로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