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입니다.
무거운 몸으로 출근하니 책상 위의 메모가 눈치없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막상 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설명하는 것이 더 성가신 그렇고 그런 일입니다.
아침부터 기분이 처집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생수병을 주차장 바닥에 떨군 게 생각났습니다.
그것이 불길한 하루의 징조였을까요?
하루가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왜 항상 처리한 일보다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은 것인지 도무지 모를 일입니다.
어수선한 자리를 정리하고 시계를 보니 6시 30분이 넘었습니다.
오늘도 늦은 퇴근입니다.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기 전, 잠깐 숨을 고르고 제가 저에게 말해줬습니다.
‘시시한 하루를 잘 보내줘서 고마워’
하루 종일 오락가락 내리던 비가 퇴근길에는 조용합니다.
비가 오면 비 맞고 뛸 작정이었는데 일진이 나쁜 것만도 아닌가 봅니다.
천변을 한 바퀴 뛰고 나서 의자에 앉아 숨을 고릅니다.
발밑으로 흐르는 공지천은 장맛물이 지나간 탓인지 계곡물처럼 맑습니다.
퇴직도, 이별도, 중병도 장마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마가 지나가면 더 맑아지는 강처럼, 사람도 거칠고 아픈 일을 겪고 나면 더 행복하고 단단해질까요?
하루를 돌아보니 어김없이 시시한 하루였습니다.
이 시시한 하루를 보낸 내게 고맙다고 말해줄 수 있어서, 땀범벅이 되도록 뛸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물론 내가 내게 말 걸고, 처진 몸을 일으켜 뛴다고 시시한 하루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삶은 본래 시시한 하루의 무한 반복이라는 공공연한 비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죄 없는 ‘시시한 하루’를 용서할 힘이 생기는 것을 어쩌겠습니까?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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