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시한 날입니다.
애써 준비한 일 하나가 허사로 돌아갔고, 문구 수정과 편집작업을 반복 소비했고요.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기쁜 일이 생기는 상상을 하고,
최저임금을 받는 파트타임 청년의 고된 감정노동을 슬프게 들었습니다.
여전히 업무수첩에는 오늘 한 일보다 내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아, 쥐구멍에 햇빛 비치듯 잠깐 기분 좋은 일도 있었네요.
전화기 너머로 아내의 목소리가 밝아서 덩달아 좋았습니다.
그리고 직원 한 분이 동료의 실수를 자기 책임으로 돌려놓는 모습도 보기 좋았습니다.
오늘은 퇴근 후 새로운 코스를 걸었습니다.
이 시간도 시시한 하루와 연결된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내도 이 시시한 하루에 등장하는 출연자 중의 한 명이고요.
오늘, 나는 내일로 건너뛸 수도 없고 어제로도 돌아갈 수 없습니다.
오로지 나는 오늘, 시시했던 하루에만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시한 하루가 더 소중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꾸니까 시시한 하루가 수없이 반복된다고 해도 권태나 절망하는 마음이 많이 사라지는 느낌이 듭니다.
내일에도 신박한 일이 없을 것이고, 북극성처럼 나를 중심으로 척척 돌아가지도 않을 겁니다.
그래도 뾰족한 도리가 없습니다.
사막을 건너는 대상의 운명처럼 나는 내 시시한 하루를 껴안고서 삶을 건너야 할 뿐인 것을요.
K People Focus 김황종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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