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경제 【인도네시아 강진 긴급점검 3부】 ‘불의 고리’ 인도네시아…대형 지진 반복, 재난 회복력이 관건
여러 지각판 만나는 환태평양 조산대…지진·화산 활동 빈번한 구조적 위험
1992년 플로레스·2004년 인도양·2018년 술라웨시까지 대형 재난 반복
규모 7.7 강진이 던진 과제…내진·대피·도로·전력·통신 등 기반시설 회복력 중요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인도네시아 동부 플로레스섬 일대를 강타한 규모 7.7 강진은 대형 자연재난 앞에서 국가의 재난 대응 역량과 기반시설 회복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8월 16일 기준 최소 51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다쳤으며 약 5,000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진 이후 최소 341차례의 여진이 이어진 가운데 산사태와 도로 단절, 정전과 통신 장애까지 겹치면서 구조·구호 작업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번 강진을 한 차례의 자연재해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환태평양 조산대,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지진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많은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와 경제의 핵심 기능을 얼마나 신속하게 회복할 수 있느냐다.
‘불의 고리’ 위 인도네시아…왜 지진이 반복되나
인도네시아의 높은 지진 위험은 지리적·지질학적 위치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여러 지각판이 상호작용하는 복잡한 지역에 위치한다. 이러한 지질학적 조건 때문에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하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 주변을 따라 지진과 화산 활동이 집중되는 거대한 지질학적 영역이다. 인도네시아 역시 이 영향권에 포함된다.
특히 수많은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는 지역별 지질 조건과 해저 지형이 복잡하다. 해저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할 경우 지진뿐 아니라 쓰나미 위험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지진 대응은 건축물 내진성능 강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진 관측과 경보, 주민 대피, 쓰나미 대응, 도로·항만·전력·통신망 유지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플로레스, 과거에도 대형 지진 피해
이번 강진이 발생한 플로레스 지역은 과거에도 대형 지진 피해를 경험했다.
1992년 12월 플로레스 일대에서는 규모 7급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규모 7.7 강진은 플로레스 지역이 지진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켰다.
Reuters는 이번 강진을 2022년 서자바 지진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지진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지역에서 자연재난 위험이 반복된다면 과거 피해를 분석해 다음 재난의 인명피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경험을 건축 기준과 대피체계, 경보시스템, 주민 교육에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재난 대응 역량을 좌우한다.
2004년 인도양 대지진·쓰나미가 남긴 교훈
인도네시아 현대 재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2004년 인도양 대지진과 쓰나미다.
2004년 12월 수마트라 인근 해역에서 초대형 지진이 발생했고 거대한 쓰나미가 인도양 연안 여러 국가를 덮쳤다.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 재난은 지진 자체뿐 아니라 쓰나미 조기경보와 신속한 주민 대피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
이후 인도양 지역에서는 쓰나미 관측과 경보체계를 강화하는 작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경보시스템만으로 피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경보가 주민에게 신속하게 전달되고 주민이 대피 장소와 이동 경로를 알고 있어야 한다.
기술과 기반시설, 주민 교육이 동시에 작동해야 실질적인 재난 대응력이 만들어진다.
2018년 술라웨시…복합재난 위험 보여줘
2018년 술라웨시섬 팔루 일대에서도 강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지진이 하나의 재난으로 끝나지 않고 쓰나미와 지반 변화, 건축물 붕괴 등 여러 위험으로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플로레스 강진 역시 본진 이후 여진과 산사태, 도로 단절, 전력·통신 장애가 동시에 발생했다.
자연재난의 피해 규모는 지진의 규모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구 밀집도와 건축물 내진성능, 지형, 도로 접근성, 의료체계, 통신망, 주민 대피 역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사회의 재난 대비 수준에 따라 실제 피해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규모 7.7 강진이 드러낸 ‘기반시설 회복력’
이번 강진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반시설이다.
산사태로 주요 도로 일부가 막히면서 구조대와 중장비 이동에 어려움이 발생했고 정전과 통신 장애도 재난 대응 부담을 높였다.
Reuters는 정전으로 주유소 20곳의 운영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전력이 끊기면 통신시설과 의료기관, 급수시설, 연료 공급 등에 연쇄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도로가 차단되면 구조대와 구호물자의 이동이 늦어지고 통신이 끊기면 피해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재난 대응에서는 시설 피해를 예방하는 것뿐 아니라 피해가 발생한 이후 얼마나 빨리 핵심 기능을 복구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것이 ‘재난 회복력’의 핵심이다.
내진설계 넘어 병원·도로·통신까지
지진 피해를 줄이는 대표적인 방법은 건축물의 내진성능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의 지진 대응력은 건축물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병원과 학교, 소방·경찰시설, 발전시설, 통신망, 도로, 교량, 항만 등 핵심 기반시설이 지진 이후에도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재난 직후 병원과 구조기관의 기능이 유지되지 못하면 부상자 치료와 인명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주민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대피공간과 동선도 필요하다.
결국 ‘튼튼한 건축물’, ‘신속한 경보’, ‘안전한 대피’, ‘작동하는 기반시설’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다.
5천 명 대피…구조 이후에는 ‘생활 복구’
이번 강진으로 약 5,000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긴급 구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더라도 이재민의 생활이 즉시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이 파손되거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주민들은 상당 기간 임시 대피시설에서 생활해야 한다.
대피가 장기화되면 식수와 식량, 의료, 위생, 전력, 임시거처 등을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피해지역의 상점과 사업장, 도로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면 지역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재난 대응이 ‘구조’에서 끝나지 않고 ‘복구’와 ‘재건’까지 이어지는 장기적인 과정인 이유다.
한국에도 시사점…복합재난 대비 중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지질환경은 동일하지 않지만 이번 강진이 주는 재난정책의 시사점은 분명하다.
대형 재난의 발생 시점과 규모를 완벽하게 통제하기 어려운 만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건축물과 주요 기반시설의 내진성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재난 발생 시 신속한 정보 전달과 주민 대피가 가능하도록 대응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도로와 통신, 전력 등이 동시에 영향을 받는 복합재난을 가정한 대응체계도 중요하다.
인도네시아 등 지진 위험지역을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국민은 현지 재난당국과 대한민국 외교당국이 제공하는 공식 안전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형 지진 직후에는 확인되지 않은 SNS 정보보다 공식기관의 지진·쓰나미 경보와 대피 지침을 우선해야 한다.
지진은 막을 수 없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 규모 7.7 강진은 자연재난의 위력과 함께 재난 대비체계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줬다.
핵심은 지진 규모 자체에만 있지 않다.
본진 이후 반복되는 여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산사태로 도로가 끊겼을 때 구조대를 어떻게 투입할 것인지, 전력과 통신이 멈췄을 때 핵심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실제 피해 규모를 좌우한다.
과거 대형 지진을 통해 축적된 경험이 다음 재난에서 생명을 지키는 제도와 시스템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진을 막을 수는 없지만 피해를 줄이는 것은 가능하다.
이번 강진은 내진성능 강화와 조기경보, 주민 대피교육, 구조 역량, 의료체계, 도로·전력·통신망의 회복력을 하나의 재난 대응체계로 연결해야 한다는 과제를 다시 제시하고 있다.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자료출처 : 인도네시아 국가재난관리청(BNPB),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구물리청(BMKG) 관련 자료, 인도네시아 관계 당국, Reuters, AP
자료보도시점 : 2026년 8월 16일 기준
※ 인명·부상·대피 인원과 시설 피해, 여진 횟수 등은 현지 구조·수색 및 관계 당국의 추가 집계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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