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삶은 뒤로 미뤄온 50대 부부가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한 달간의 자유여행을 떠났다. 서현자가 글을 쓰고 남편 신승훈이 사진으로 기록한 여행 에세이 『우리 둘이, 이베리아를 걷다』(퍼플)가 출간됐다.
“이번 겨울에 한 달 동안 스페인 여행 다녀오자.” 농담처럼 시작된 한마디가 현실이 됐다. 자녀 양육이 끝나면 자신의 시간이 올 줄 알았지만 그 자리에는 기억을 잃어가는 부모를 돌보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 돌봄과 삶의 무게로 번아웃에 이른 저자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50년이 넘게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언제까지 우리의 삶은 유보되어야 하는가.”
8개월의 준비 끝에 떠난 여행은 마드리드에서 시작해 포르투, 리스본, 세비야와 론다 등 안달루시아를 거쳐 그라나다와 바르셀로나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 책은 유명 관광지를 소개하는 화려한 여행기가 아니다. 낯선 숙소에서 당황하고, 음식 주문 하나에도 애를 먹으며, 길을 잃고 체력의 한계를 실감하는 평범한 중년 부부의 현실적인 자유여행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여행은 조금씩 다른 의미가 된다. 마드리드에서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자신의 시간을 만나고, 포르투갈에서는 느리게 걸어야 보이는 풍경을 발견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축물을 바라보며 ‘미완성인 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은 아내의 글과 남편의 사진이 함께 완성한 부부 여행기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아내가 여행에서 만난 자신의 내면을 글로 기록했다면, 20년간 무역 사업을 해온 남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골목과 빛, 사람과 시간을 사진으로 담았다.
저자는 여행 끝에 이런 깨달음에 닿는다. “젊은 날의 여행이 멀리 있는 세상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면, 중년의 여행은 오래 멀어져 있던 자신에게 돌아가는 길에 더 가까웠다.”
『우리 둘이, 이베리아를 걷다』는 여행을 꿈꾸는 사람뿐 아니라 자녀 양육과 부모 돌봄, 퇴직과 번아웃 등 인생의 전환점에 선 중년에게 말을 건넨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직, 다시 떠날 시간이 있다.
이 책은 강북여성인력개발센터 1인출판사 창업과정을 수료한 서현자 저자가 스스로 표지와 본문 디자인까지해서 만든 POD(주문형) 출판으로 이뤄졌다. 서 저자는 앞으로도 제 2의 인생을 작가활동과 함께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