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도시 안동, 사람을 읽다

- 한국국학진흥원 개원 30주년 기념 ‘제2회 안동학 인문학술주간’ 개최 -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과 안동시(시장 권기창)는 오는 8월 25일(화)부터 27일(목)까지 사흘간 ‘제2회 안동학 인문학술주간’을 열고 세 차례의 학술대회를 연이어 개최한다.

지난해 ‘인문학술도시 안동’ 선포와 함께 시작한 인문학술주간은 올해 두 번째를 맞았으며, 한국국학진흥원 개원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25일과 26일에는 역사인물선양학술대회가 ‘류승현·류도원·류범휴·류정문 4대의 삶과 학문’과 ‘18세기 정조와 영남 남인의 학문 활동’을 주제로 열리고, 27일에는 안동학 학술대회가 ‘안동, 기록으로 사람을 품다-애민(愛民)의 언어가 만든 기록·기억·미래’를 주제로 이어진다.

 

서른 해, 삼백 해, 오백여든 해 - 기념이 겹친 2026년의 안동

 

올해는 한국국학진흥원이 문을 연 지 서른 해가 되는 해다. 여기에 전주류씨 문중이 안동 임동면 박곡에 터를 잡은 지 300년, 개혁 군주 정조가 왕위에 오른 지 250년,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년이 되는 해가 나란히 겹쳤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1926년 훈민정음 반포일에 맞추어 세상에 나온 지도 꼭 100년이다.

세 학술대회는 서로 다른 시대와 자료를 다루지만 하나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한 집안이 4대에 걸쳐 학문을 이어온 일도, 정조가 영남의 선비들을 발탁해 조정에 불러들인 일도, 한문 유서를 며느리가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옮겨 적은 일도 결국 사람의 삶과 생각을 기록으로 남긴 일이었다. 이번 인문학술주간은 그렇게 남겨진 기록을 통해 다시 사람을 읽는 자리다.

 

한 마을, 네 사람, 4대의 학문 - 8월 25일(화) 역사인물선양학술대회 1차

 

첫날인 8월 25일 오후 1시 30분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는 안동 임동면 박곡에 세거한 전주류씨 수곡파 4대의 삶과 학문을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권오영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류성·류복기가 학봉 김성일 문하에서 수학하며 퇴계학을 가학으로 삼은 이래 이 집안에서 대대로 문집이 끊이지 않았고 문과 급제자 다섯 명을 배출한 내력을 통사적으로 짚는다.

이어 황만기 국립경국대학교 연구교수는 용와 류승현(1680~1746)을 다룬다. 중앙과 지방의 관직을 두루 거치고 1728년 무신란 때에는 안동 사림의 추대로 창의(倡義)하였으면서도, 정작 자호로는 ‘게으르다’는 뜻의 용(慵) 자를 골라 은거를 지향했던 삶의 긴장을 그의 시문에서 읽어 낸다. 한재훈 성공회대학교 대우교수는 노애 류도원(1721~1791)이 문중 구휼과 반사반농(半士半農)의 처사적 삶 속에서 퇴계선생문집고증 10권을 남긴 과정을 살핀다. 임노직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은 호곡 류범휴(1744~1823)가 스승 대산 이상정에게서 받은 열여섯 자의 격언을 평생의 지결로 삼아, 학문을 날마다의 도리를 실천하는 ‘일용지학(日用之學)’으로 규정한 사유를 다룬다. 남성현 한국고전번역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수정재 류정문(1782~1839)의 학문관과 독서론을 처음으로 본격 조명한다. 많이 읽기보다 깊이 읽기를 요체로 삼고 성취를 향한 조급함을 경계했던 그의 독서론은 오늘의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이번 학술대회는 그동안 인물별로 흩어져 있던 연구를 4대의 계보로 묶어 한자리에서 조명하는 첫 시도다. 특히 수정재 류정문은 이번에 처음으로 학계에 본격 소개된다. 한 집안의 학문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건너가며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었는지 따라가다 보면, 문중이 대대로 간수해 온 문집과 고문서가 조선 후기 학술사를 다시 쓰는 자료가 된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난다.

 

정조가 부른 영남의 선비들 - 8월 26일(수) 역사인물선양학술대회 2차

 

둘째 날인 8월 26일 오후 1시 30분 한국국학진흥원 KSI연수원 강의동에서는 ‘18세기 정조와 영남 남인의 학문 활동’을 주제로 두 번째 학술대회가 열린다. 김문식 단국대학교 교수는 1788년 채제공의 우의정 발탁을 계기로 이어진 도산 별시와 교남빈흥록 편찬, 영남만인소 접수, 영남인물고 편찬 등 정조 집권 후반기의 영남 우대 정책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오랫동안 중앙 정계에서 비켜서 있던 영남 남인을 국정의 지지 기반으로 삼으려 했던 정치적 구상을 읽어 낸다. 최은주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학서 류이좌의 초계문신 활동과 관련 고문헌이 후대에 전승되어 온 경로를 추적한다. 이근호 충남대학교 교수는 운곡 이희발(1768~1849)이 1811년에 올린 이른바 ‘일강구목소(一綱九目疏)’를 통해 언로 개방과 기강 확립, 수령 인선과 지방 군정 정비를 촉구한 경세론을 살핀다. 이남옥 한국국학진흥원 책임연구위원은 정조로부터 ‘근후확실(謹厚確實)’이라는 평을 받았던 갈천 김희주(1760~1830)의 생애와 관직 활동을 복원하고, 정조 사후 달라진 정국에서 그가 선왕의 유지를 지키려다 부딪힌 한계까지 함께 다룬다. 김기엽 광운대학교 교수는 김희락(1761~1803)의 문집 고식(故寔)에 실린 응제문을 검토하여, 영남의 강회 경험이 어떻게 학교 교육과 향촌 교화의 방안으로 제시되었는지를 밝힌다.

정조 즉위 250주년에 맞춘 이번 학술대회의 의의는, 오랫동안 향촌에 머물러 있던 영남 남인이 초계문신이라는 통로로 중앙 정계에 다시 나아간 과정을 정책과 인물 양쪽에서 복원한다는 데 있다. 지역사와 중앙 정치사를 따로 써 온 관행을 넘어, 안동의 선비들이 국정의 한복판에서 무엇을 말했고 또 어디에서 좌절했는지를 구체적인 문헌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한글은 안동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 8월 27일(목) 안동학 학술대회

 

마지막 날인 8월 27일에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을 맞아 ‘안동, 기록으로 사람을 품다’를 주제로 안동학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국학진흥원 KSI연수원 강의동 2층과 3층에서 제1주제 ‘한글의 창제 정신과 안동 기록문화의 확장’과 제2주제 ‘안동의 한글 문학과 향유’가 동시에 진행되고, 오후 5시부터는 발표자와 진행자, 토론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종합 토론이 이어진다.

제1주제에서는 김유범 고려대학교 교수가 훈민정음 해례본 간송본(1940)과 상주본(2008)이 모두 안동에서 발견된 사실이 집집마다 책과 문서를 모아 온 이 고장의 생활문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안동이 한국문화의 수장고 역할을 해 온 내력을 짚는다. 김성연 연세대학교 교수는 박두성의 ‘훈맹정음’을 실마리로 애민을 곧 문자 접근성의 문제로 다시 읽어, 20세기 초 안동의 한글 독서운동과 그 바깥에 남아 있던 시각장애인의 존재를 함께 조명한다. 김한별 서강대학교 교수는 학봉 종가와 류사춘가의 한글 편지를 살피면서, 김주국이 아들의 한문 유서를 며느리를 위해 한글로 옮겨 준 사례에서 여성과의 소통을 중시했던 안동 사대부가의 태도를 확인한다. 태지호 국립경국대학교 교수는 동굴벽화에서 인공지능에 이르는 기억 형식의 궤적을 짚으며, 알고리즘과 생성형 AI가 바꾸어 놓고 있는 오늘의 ‘기억하기’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를 묻는다.

제2주제에서는 최은숙 경북대학교 교수가 「화유가」와 「도산와유가」 등에 담긴 안동 여성들의 놀이를 읽는다.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처럼 가문을 표상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진 놀이가 어떻게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었는지를 살핀다. 박지애 창원대학교 교수는 내방가사를 통해 여성들이 한글을 향유하고 서로 연대해 온 방식을, 임재욱 경북대학교 교수는 퇴계의 국문 시가와 한시에 나타난 자연물과 자연 공간의 성격을 견주어 본다. 권기성 창원대학교 교수는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고소설을 448편으로 새로 집계하여, 문중 여성이 필사로 향유한 장편 가문소설과 20세기 대구에서 발행되어 장터로 퍼져 나간 활자본 영웅소설이라는 두 축을 확인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한글을 창제의 역사에서 사용과 향유의 역사로 옮겨 놓는다. 애민을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꾸어 읽으면, 580년 전의 창제 정신은 점자와 디지털 접근성이라는 오늘의 과제로 곧장 이어진다. 안동이 지켜 온 언간과 내방가사, 고소설은 그 물음에 오랜 세월 답해 온 실물 증거인 셈이다.

 

선포에서 실천으로, 인문학술도시 안동의 두 번째 걸음

 

지난해 첫 인문학술주간이 ‘인문학술도시 안동’을 선포하는 자리였다면, 올해는 그 선언을 구체적인 학술 성과로 채워 가는 자리다. 안동시와 한국국학진흥원은 흩어져 진행되던 학술 사업을 한 주간에 모아 지역학의 밀도를 높이는 한편, 전문 학술대회와 대중 강연회를 나란히 배치해 연구자와 시민이 같은 자리에서 만나도록 했다.

정종섭 원장은 “한 집안이 4대에 걸쳐 지켜 낸 학문도, 며느리를 위해 한글로 옮겨 적은 유서도, 따지고 보면 사람을 잊지 않으려는 마음이 남긴 기록”이라며, “서른 살 청년이 된 한국국학진흥원이 그 기록들을 사흘 동안 한자리에 펼쳐 놓았으니, 안동 시민 여러분께서 오셔서 함께 읽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학술대회는 관련 문중과 안동 시민을 비롯해 인문학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자세한 안내는 한국국학진흥원 누리집(www.koreastudy.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작성 2026.08.26 10:22 수정 2026.08.2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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