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다.’ 물을 칼로 베어봤자 다시 합쳐지는 것처럼 부부 싸움이 일어난다고 해도 쉽게 화해할 수 있다는 의미의 속담입니다.
그러나 현대 기술은 가능합니다. 초소수성 물질로 칼을 만들어 물방울을 자르면 완벽하게 분리된다는 것. 옛날에는 부부간 이혼이 힘든 시대였으니 부부는 아무리 싸워봐야 결국은 하나니까 화해를 하든가 화를 삭이거나 해서 어떻게든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혼이 쉬워진 현재에 와서는 부부 싸움도 초소수성 칼날과 같아진 현실입니다.
결혼과 이혼이 쉬워졌다지만 이혼하려고 결혼하지는 않을 터. 한번 맺은 인연 함께 사는 동안 만큼은 둘이기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쌓아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현실은 만만치 않아서 설거지를 한다해 놓고 모른척하는 배우자의 사소한 무심함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과거의 일들이 줄줄이 엮여 올라와 마음을 무겁게 가라앉히고, 나를 존중하지 않은 듯했던 일들도 끌어올려지기 일쑤인데요. 문제 삼으면 문제 될 일이 많던데 작가의 시선은 사뭇 다릅니다.
조영숙 작가의 ‘빗자루 타는 삐삐 할머니’에서 배우자와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유쾌하고 문제를 관망하는 모습이 여운으로 남는데요.
어느 가정인들 순탄하기만 하랴마는 고비고비 마음을 더 내어 이해하고 큰 그림을 그렸기에 생애주기 중 웃을 기회가 왔을 때 맘껏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넘겨짚어봅니다.
특히 결혼생활 40년 동안 하루 끝에 부부가 동네를 산책했다는 거, ‘오랜 시간 역할을 감당하면 삶이 스스로 권위를 부여한다’는 책 표지에 쓰인 문구가 깊이 와닿는 이유입니다.
부부가 산책을 하며 하루를 대화로 마무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 소소해 보이지만 감히 넘보기 힘든 시간이기도 한데요. 변화무쌍한 숱한 날 얼굴을 마주하기 싫은 때도,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도 있었을 텐데 그 순간에도 부부가 산책을 하며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우선으로 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또, 작가의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공부시간으로 정해두고 하루도 빠짐없이 지키려 했더니 그다음은 알아서 규칙적으로 공부하더라는 대목이 떠오르는데요.
습관이 태도가 된다고 내면의 변화가 행동을 이끌기도 하겠지만 행동이 내면 변화의 동기가 되기도 해서 규칙적으로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것,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을 실감하게 하는 글입니다.
작가의 가정사에 깊은 울림이 있어 혼자 하는 운동이라도 매일 하자 싶어 오늘 1일 삼아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봅니다.
참고;
- 초소수성 ; 나무위키
- 빗자루 타는 삐삐 할머니. 조영숙 저. 에피쿠로스의 정원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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