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출간된 김수경 작가의 ‘저무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중’에서 '겸손'에 대한 작가의 성찰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게 신앙인의 자세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낮출수록 하느님께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었다는 필자는 그건 교만의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 부분, 제 교만을 들킨듯해서 순간 멈칫했습니다. 마음공부를 또는 내적 성숙을 기대하고 뭔가를 시도한 이가 한 번쯤 걸려 넘어졌을 부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겸손은 사전적으로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라고 정의합니다.
겸손이라고 행했던 낮춤이 비굴이 되기도 했고 아마도 우월감이 스며든 미소는 일그러졌을 겁니다.
'겸손'의 사전적 의미에는 나를 존중하는 것이 전제로 깔려있을 테지요. 나를 존중할 줄 알아야 남도 존중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존중은 이해를 전제로 할 것이고 이해는 서로 다르다는 인정에서부터 가능하겠지요. 다시 말해 나와 남이 다르다는 생각에서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래야 상대를 온전히 존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겸손은 남과 다른 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먼저라고 제 나름대로 해석해봅니다.
필자는 일상에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깊어지는 중이라고 말하고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더 울림이 있는데요.
‘나를 솔직하게 드러낸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내 능력보다 더 잘나 보이고 싶으니 진짜 나의 모습을 숨기게 되고 그걸 들킬까 불안했던 시간들이 있었으니 말입니다. ‘환상 속에 나’를 만들어 가두고 스스로 괴롭힌 셈이지요.
나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냄은 그만큼 당당할 수 있을 테고 ‘환상 속의 나’로부터 자유로울 듯합니다. 주변을 보는 시선도 더불어 편안해지겠지요.
제게는 남은 다 아는데 '나'만 외면하고 있던 주변머리 없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나를 내세우지 않는 그래서 나를 존중하는 태도' 하나가 되지 싶은데요. 이참에 마음먹어 봅니다.
독자님,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는 한 주이기를 바라봅니다.
참고; 저무는 게 아니라 깊어지는 중-김수경 저. 에피쿠로스의 정원
K People Focus 최영미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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