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FDA 실사, 정부 지원으로 '시스템'을 사는 법

"운이 좋아서 통과했다"는 말은 틀렸다. 그들은 '증명할 수 있는 습관'이 있었을 뿐이다.

▲박동명/한국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 주)박동명 교수는 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전문위원으로 재직하며 식품·의약 분야의 예산 및 결산을 심사하고, 관련 조례의 제·개정과 심사를 수행한 경험을 가진 지방의회·보건복지 정책 전문가이다. 또한 국회의정연수원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 기법과 예산심사 등을 강의해 온 실무형 교육자이며, 선진사회정책연구원장, 한국공공정책평가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발행인으로서 공공정책 연구와 평가, 입법·행정 감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오랜 공직 경험과 규제·예산 심사 경험을 바탕으로, FDA를 비롯한 글로벌 규제환경 속에서 한국 기업의 수출 전략과 공공정책 방향을 동시에 조망하는 시각을 제시하고자 본 칼럼을 기고하였다.


2024년과 2025년, 대한민국 바이오와 식품 업계는 FDA라는 거대한 파도 위에 서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의 가동과 함께 빈틈없는 실사 대응으로 글로벌 CDMO로서 입지를 굳히고,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역시 까다로운 FDA의 문턱을 넘어섰다. 식품 분야에서는 CJ제일제당과 농심이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체계에 맞춘 시스템을 통해 미국 현지의 엄격한 요구에 대응하며 K-푸드 수출의 길을 넓혀가고 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막대한 자금력일까. 아니다. 핵심은  '돈을 어디에 썼는가'에 있다. 많은 중소·중견기업 CEO를 만나면 "FDA 컨설팅 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망설인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내 돈만으로 하지 않고도 FDA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드문 환경을 가진 국가이다.

 

왜 내 돈으로만 하려 하는가.

 

정부는 이미 기업들을 위해 예산을 편성해 두었다.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의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사업'은 기업당 연간 최대 1억 원 한도 안에서, 해외 인증 취득에 필요한 인증비·시험비·컨설팅비 등을 지원한다. 전년도 매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출 300억 원 미만 기업은 소요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사실상 기업당 여러 건의 인증을 묶어, 상당 부분을 보조금으로 처리할 수 있는 구조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수출바우처 사업을 통해서도 FDA 등록 및 심사 대응 컨설팅 비용을 바우처로 결제할 수 있다. 지방에 있는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2025년  '의료기기 국제인증지원사업'을 통해 기업당 연간 최대 3,000만 원 수준의 인증·심사 비용 등을 지원한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BIOHealth) 역시 규제과학·인허가 지원사업 등을 통해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인허가 대응을 돕는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 지원금들은 '공짜 점심'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기업의 체질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바꾸라는 국가의 공적 투자이다.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은 경영자로서 중대한 기회요인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에 가깝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경영자의 결단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정부 지원금으로 고가의 장비와 유능한 컨설턴트는 살 수 있지만, '직원의 습관'과 '기록 문화'는 살 수 없다.

 

FDA 실사관(Investigator)이 현장에 와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화려한 설비가 아니다. 그들은 "문제가 생겼을 때 숨기지 않고 찾아내고 해결하는 시스템(CAPA)"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본다.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규제 현장에서 널리 인용되는 말처럼,  "기록되지 않은 것은 실행되지 않은 것이다(If it isn't documented, it didn't happen)"는 문구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생존 법칙에 가깝다.

 

실사는 시험을 치르는 날이 아니라, 우리가 만든 시스템이 평소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오픈 하우스'여야 한다. 거짓 없는 기록,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절차, 개선 조치를 끝까지 이행하는 문화, 이것이 바로 FDA가 요구하는 품질의 본질이다.

 

CEO에게 드리는 3가지 제언

 

첫째, 지금 즉시 2026년 예산을 선점해야 한다. 연말인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내년 1~2월에 순차적으로 시작될 중기부의 '해외규격인증획득지원사업'과 KOTRA·중기부의 '수출바우처' 공고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담당 직원을 질책하기 전에, 지원사업 신청을 우선 지시해야 한다. FDA 대응 예산은 "추가 비용"이 아니라 "국가가 함께 투자해 주는 시스템 구축비"이다.

 

둘째, 외부 전문가를 통해 '민낯'을 보여야 한다. 정부·지자체·테크노파크 등의 지원을 활용해 모의실사(Mock Audit)를 수행해야 한다. 공장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실사장에서의 지적(Form 483)과 경고장(Warning Letter)보다, 모의실사에서의 따끔한 지적이 훨씬 저렴하다. 경영자는 불편한 진실을 먼저 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셋째, 실사는 '면허'를 따는 과정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FDA 승인은 단순한 수출 허가증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가 '기본이 된 회사'임을 증명하는 일종의 운전면허증이다. 한 번의 통과가 아니라, 그 수준을 유지·개선하는 능력이 기업 가치를 결정한다.

 

비용은 정부 지원으로 최대한 절감하되, 품질과 기록, 윤리와는 절대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필자가 제안하는, 대한민국 제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스마트한 FDA 대응 전략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FDA 인허가·규제정책 컨설턴트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 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작성 2025.12.12 18:41 수정 2025.12.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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