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인문학] 숨 내쉬기

나이가 들수록 근력 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죽을 때까지 걸을 수는 있어야겠다 싶어,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강사로부터 제일 많이 듣는 말이 ‘호흡하세요’입니다. 동작에 집중하다 보면 숨을 참은 채 운동하기 일쑤이기 때문이죠. 숨쉬기 중 들숨보다 날숨 쉬는 걸 잘 까먹는데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얼마 전 필라테스를 시작한 지인도 호흡이 잘 안된다고 푸념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들이마신 숨을 길게 내뱉는 게 안 돼서 리듬이 엉킨다고 합니다. 코로나에 걸려서 폐렴까지 앓았던 분은 숨을 들이마실 수는 있는데, 뱉어 지지가 않아 숨이 막혀 괴로웠다 합니다. 명상을 하기 전에 온몸을 이완하는데, 숨 한번 내쉴 때마다 얼굴, 목, 어깨 등 몸의 각 부위의 긴장을 조금씩 내려놓습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잘되지 않습니다.


내뱉는 숨의 중요성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됩니다. 들숨으로 공급된 산소는 날숨을 통해 완전히 몸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일부는 활성 산소가 되어 몸 안에서 필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과다하게 생성된 활성 산소는 오히려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여 노화와 질병의 원인이 되지요. 불필요한 활성 산소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간단한 방법이 숨을 천천히 쉬고 특히 좀 더 천천히 길게 숨을 내뱉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활성 산소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장 많이 생기는데, 시험을 치거나 면접을 보거나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게 심호흡이지요. 코로 들이마신 숨을 입으로 천천히 ‘후우’ 불면서, 들이마신 숨의 양보다 더 많이 숨을 내뱉습니다.


자신의 숨쉬기를 관찰하면 가만히 있더라도 생각에 빠져있을 때 저도 모르게 숨을 참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생각의 특성상 미래에 대한 걱정 아니면 과거에 대한 후회,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즉 일상의 호흡에서 활성 산소를 과다하게 생성하는 범인은 바로 과거나 미래로 가는 생각입니다. 티베트 승려, 욘게이 밍규르 린포체가 ‘두려움에 대한 두려움이 두려움 자체보다 더 강력했다’고 고백하듯이 우리가 하는 걱정과 후회 그 자체보다 더 강한 허상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동요하게 합니다. 편하지 않으니 숨쉬기도 부자연스러워질 수밖에 없고 그런 숨쉬기가 습관이 되면 만성 피로와 통증, 질병이 자리를 잡겠지요. 과거나 미래에 결박당한 생각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길게 숨 내쉬기입니다. 반박할 수 없는 수만 가지 이유가 날 괴롭혀도 숨만 제대로 쉬어도 불편함에서 금세 자유로울 수 있으니 지금, 이 글을 읽느라 숨을 참고 계시다면 편안하게 입으로 숨을 길게 내쉬어 보세요.


빠져나가는 썰물 없이 밀물만 밀려오면 쓰나미가 되고,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면 과호흡이 되듯이 모든 건 들어온 만큼 내보내야 안정을 찾습니다. 어지러운 소식들로 걱정이 늘어나는 현실이니 더 자주 더 많이 내쉬기를 통해 몸과 마음의 평화를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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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6.03.16 19:09 수정 2026.03.16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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