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결정이 모두 긴급한 것은 아닙니다—뉴스의 속도와 내 삶의 속도를 같게 하지 마세요.”
정부 정책 변화를 대하는 자세
사회복지국가로 나아갈수록 정부 정책의 변화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건강보험제도,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부동산 세제 개편안 등 비교적 굵직한 제도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발표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은 60세 이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 5060의 마음을 더욱 바쁘게 합니다. 주택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고, 부모 세대의 선택은 자녀 세대의 주거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한 문제인데도 뉴스와 전문가 의견을 듣다 보면 지금 당장 무언가 결정하지 않으면 손해를 볼 것 같은 불안이 생깁니다.
그러나 정책안이 발표됐다고 모든 내용이 곧바로 그대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후 논의와 검토 과정에서 내용과 시행 시점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먼저 나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차분히 살펴보고, 여러 경로로 정보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의견도 비교해보면서 스스로의 대안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눈앞의 것만 보지 말고, 지나온 30-40년과 앞으로의 30-40년을 함께 통찰하기
저도 이제 60세가 되고 보니 앞으로 걸어갈 30년, 어쩌면 40년을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나온 30~40년도 돌아보게 됩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코로나19,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까지 우리의 삶을 크게 바꾼 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대부분 미리 알지 못했지만 우리는 그때마다 배우고 선택하며 살아왔습니다. 앞으로의 30~40년도 지금의 사회와 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시간이라기보다 또 다른 변화의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요즘 화제인 영화 <오디세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오디세우스는 전쟁에서 10년을 보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데 다시 10년이 걸립니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이 배우고 일하고 벌며 삶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이었다면, 인생 후반전은 그동안 쌓아온 것을 잘 지키고 정리하면서 내 삶의 방향을 다시 찾아가는 또 하나의 긴 여정일지도 모릅니다.
<풍랑 속에도 희망을 두고 노를 젖기> 배순영, AI를 활용해 제작
그렇다면 굵직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저는 20여 년 전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생활하며 고령자 돌봄비용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장수가 늘면서 예상보다 비용 부담이 커졌고, 주정부가 기존 제도의 일부 비용을 개인이 부담하도록 조정하려 하면서 갈등이 크게 번졌습니다. 그때 제게 오래 남은 질문이 있습니다.
“오늘의 제도가 앞으로 10년, 20년 뒤에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노후를 설계해도 될까?”
그렇다고 정부 정책에 귀를 닫거나 제도를 믿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제도는 잘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어느 한 제도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 내 삶 전체를 맡기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정책이 달라져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큰 변화 앞에서 세가지를 스스로 물어봅시다
스티븐 코비는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에서 중요한 일과 긴급한 일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원칙은 인생 후반전에도 잘 맞습니다. 집을 옮길 것인지, 퇴직금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60세 이후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모두 오늘 당장 답을 내려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중요하지만 아직 긴급하지 않을 때부터 차분히 생각하고 준비해야 선택지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큰 변화 앞에서는 스스로에게 세 가지 먼저 물어보세요.
이 결정은 얼마나 중요한가? 지금 당장 결정해야 하는가? 한번 결정하면 되돌릴 수 있는가?
집을 옮기는 일이라면 세금만 볼 것이 아니라 병원, 친구, 교통, 생활비, 지역 인프라, 그리고 앞으로 10~20년 이후 후기 고령기에 접어들 나의 모습까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입니다.
은퇴가 본격화되는 55세부터 60대의 노후 준비는 미래를 정확히 맞히는 일이 아닙니다. 무슨 변화가 와도 다시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입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괜찮습니다. 내 삶의 중요한 결정만큼은 내 손으로 젓는 노를 놓지 마세요.
K People Focus 칼럼니스트
배순영(닥터 모니카) (monica1118@naver.com)
소비자학 박사로, 관련 공공기관에서 27년간 소비자의 삶과 정책을 연구해 왔다.
100년 인생 시대를 살아가는 5060 세대가,
인생 후반전에도 현명한 소비를 통해 더 만족스럽고 주도적인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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