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잘 걸으시니 괜찮은 것이 아니라, 잘 걸으실 때 집을 고쳐야 합니다.”
혼자 잘 지내실수록 집은 더 안전해야 합니다
95세인 제 아버지는 지금도 단독주택에서 혼자 생활하십니다. 평생 자신의 일을 책임지고 살아온 아버지에게 “나는 아직 내 일은 내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자부심입니다. 자녀들이 주기적으로 찾아가 필요한 일을 도우면 식사와 외출 같은 일상생활도 대부분 스스로 해내십니다.
그런데 자녀들에게는 늘 아버지가 사시는 집의 안전이 걱정입니다. 아버지는 “이 집이 좋다. 평생 살아온 이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집이 주는 편안함을 강조하십니다. 하지만 어느덧 60세가 넘은 자녀들의 눈에는 이 집이 과연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인지, 해가 갈수록 걱정이 커집니다.
그렇다고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생활용품점에서 미끄럼방지 매트와 간단한 안전용품을 사다가 화장실과 집 안 곳곳을 조금씩 보완해왔습니다. 큰 위험은 어느 정도 막아두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전보다 야위고 근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미끄럼방지 매트 하나로 충분해 보였던 곳도 이제는 안전손잡이를 벽에 단단히 고정하고 바닥 자체를 손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때 충분했던 안전장치가 지금도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출처: 배순영, AI를 활용해 제작
익숙한 집이 안전한 집은 아닙니다
부모님이 사는 집은 그대로여도 그 집을 걷고 사용하는 몸은 계속 달라집니다. 집이 익숙하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해가 갈수록 균형감각과 시력, 근력은 조금씩 떨어지고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처하는 속도도 느려집니다. 한 번 넘어졌을 때 다치는 정도는 더 커지고 회복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5년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위해정보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고령자 관련 사례는 1만 7,218건으로 전년보다 9.5% 증가했습니다. 연령이 확인된 위해정보 가운데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7.3%로 가장 높았습니다.
전체 연령층의 사고 장소를 보면 주택이 34.6%, 아파트가 26.8%로 거주공간에서 발생한 사고가 60%를 넘었습니다. 특히 고령자의 바닥재 관련 위해사례에서는 미끄러짐·넘어짐이 82.1%를 차지했습니다. 늘 다니던 거실과 침실, 화장실도 나이가 들면 안전 여부를 다시 살펴봐야 할 공간인 것입니다.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이어지는 길을 함께 걸어보세요
부모님 댁에 가면 먼저 침실에서 화장실까지 이어지는 길을 부모님과 함께 걸어보세요. 변기와 샤워 공간 주변에 몸을 지탱할 안전손잡이가 있는지, 바닥이 미끄럽지는 않은지, 밤에 일어났을 때 자동으로 켜지는 조명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현관과 방 사이의 높은 문턱, 흔들리거나 아예 없는 계단 난간, 마당의 갈라진 바닥도 살펴보세요. 가스자동차단기와 화재·가스감지기, 욕실용 의자도 큰 공사 없이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장치입니다. 사용하지 않는 방의 물건을 정리하고 벽과 바닥의 틈을 막아 바퀴벌레 같은 해충이 생길 환경을 줄이는 일도 필요합니다.
집수리 경제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부터 찾아보세요
집수리가 필요해 보여도 비용이 만만치 않고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복지포털 ‘복지로’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 먼저 찾아보세요. ‘서비스 찾기’에서 ‘주택수리’, ‘주거환경개선’, ‘수선유지급여’ 등의 검색어를 입력하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련 복지사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소득가구라면 주거급여도 확인해 보세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8% 이하인 가구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차 가구에는 임차료를, 자기 집에 거주하는 가구에는 집수리를 지원합니다. 해당 가구가 별도의 절차를 거쳐 신청을 해야 합니다.
주거급여 대상이 되면 자가가구는 LH가 집을 방문해 구조안전과 설비, 마감재 등의 노후 상태를 조사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경보수·중보수·대보수로 구분해 주택 개량을 지원받고, 65세 이상 가구는 안전손잡이 설치나 단차 제거 같은 편의시설 설치비도 별도로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주소지 행정복지센터에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노인맞춤돌봄, 지자체 주거환경개선사업 중 연계할 수 있는 것이 있는지 함께 물어보세요. 국가유공자라면 국가보훈부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나라사랑 행복한 집’ 사업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각 제도마다 대상 조건과 지원 내용, 해당 연도의 예산이 다르므로 여러 경로로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떤 검색어를 써야 할지 어렵다면 AI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해보세요.
“2026년 현재 ○○시 ○○동에 혼자 사는 95세 어르신이 받을 수 있는 주택수리와 안전손잡이 설치 지원을 찾아줘. 자가이며 기초연금을 수급하고 있고, 장기요양등급 은 없고, 국가유공자야. 이 조건을 반영하고, 최신 공식 출처와 신청처·전화번호도 알려줘.”
AI에 질문할 때는 부모님의 이름이나 상세 주소, 주민등록번호 같은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마세요. AI가 제시한 내용은 지원 제도의 개괄적 흐름을 찾는 데 활용하고, 실제 대상 여부와 신청 기간은 해당 기관의 공식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꼭 확인해야 합니다.
직접 공사한다면 제품보다 설치가 중요합니다
공적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자비로 공사해야 한다면 제품부터 사기보다 위험한 장소와 공사의 우선순위를 먼저 정하세요. 같은 공사 범위와 자재를 기준으로 두세 곳의 견적을 비교하고, 제품비와 설치비, 철거비, 출장비도 구분해 확인해야 합니다.
안전손잡이는 간편한 흡착식보다 벽의 구조에 맞게 단단히 고정하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욕실 공사라면 방수와 배관의 하자보수 기간도 견적서에 적어두세요. 설치가 끝난 뒤에는 부모님이 직접 잡고 걷고 앉아보면서 높이와 위치가 몸에 맞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부모님에게 “이제 연세가 들어 위험하니 집을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 거부감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혼자 편하고 안전하게 지내시도록 집을 조금 고치자”고 말씀드려보세요. 집수리는 부모님이 약해졌다는 판정이 아니라, 지금의 독립생활을 오래 지키기 위한 준비입니다.
부모님이 아직 잘 걸으실 때 집을 고쳐주세요. 지금 손본 미끄러운 바닥과 새로 단 안전손잡이가 부모님이 자신의 집에서 살아가는 시간을 더 오래 지켜줄 수 있습니다.
K People Focus 칼럼니스트
배순영(닥터 모니카) (monica1118@naver.com)
소비자학 박사로, 관련 공공기관에서 27년간 소비자의 삶과 정책을 연구해 왔다.
100년 인생 시대를 살아가는 5060 세대가,
인생 후반전에도 현명한 소비를 통해 더 만족스럽고 주도적인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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